사이판에 급파된 국적기, 승객 60%가 외국인…이유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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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위투'로 사이판에 발이 묶였던 한국인 관광객들이 2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태풍 '위투'로 사이판에 발이 묶였던 한국인 관광객들이 2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태풍 ‘위투’가 강타한 사이판의 공항이 폐쇄되면서 고립된 한국인이 주말인 27∼28일 580여 명이 귀국했거나 귀국길에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가운데 국적기 항공기가 현지에 급파됐지만 정작 타고 돌아온 한국인 승객은 100명도 채 되지 않은 상황이 발생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사이판 현지에 발이 묶인 한국인 관광객을 태우기 위해 28일 오전 임시편(B777·302석)을 사이판으로 급파했다. 사이판 현지 공항에서는 오전 10시 30분(현지시간)부터 아시아나항공의 탑승 수속이 시작됐다. 해당 항공기에 탑승한 인원은 총 258명(한국인 93명)으로 승객 60%가 외국인으로 파악됐다.

외국인 탑승객이 더 많았던 데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항공사가 자체 운영 규정과 관행에 따라 사전 예약된 고객 순서에 따라 좌석을 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측도 “당시 사이판 공항에 있던 한국인 승객은 모두 수속을 마쳤지만, 좌석이 남아 기존 예약된 다른 국적의 승객들도 현장에서 태울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KBS 뉴스9의 보도에 따르면 같은 시각 1000여 명의 고립된 한국인 관광객들은 국적기인 아시아나항공이 사이판 공항에 들어온 사실조차 알기 힘들었다.

한 사이판 한국인 관광객은 방송을 통해“좌석이 여유가 돼서 공항에 먼저 와서 예약하는 사람 순서대로 그 금액에 판매하겠다는 공지가 저녁에 채팅창에 떴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애초에 아시아나항공은 자사 항공편 이용객 중 사이판에 발이 묶인 인원은 500여명이며 이 가운데 한국인은 275명이고, 나머지는 외국인이라고 국토부에 보고했다.

이날 아시아나 임시기는 자사 승객 이송을 위해 투입됐기 때문에 탑승객 상당수가 외국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이미 군 수송기를 이용해 사이판을 떠나 괌으로 간 승객도 상당수여서 아시아나기의 한국인 탑승 비중이 작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당초 국적 항공사들은 이날 임시기 총 5대를 사이판으로 보낼 계획이었지만, 사이판 항공당국이 공항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이유로 한국 국적기 1대의 운용만 허가해 나머지 4대는 하루 늦게 사이판에 들어가게 됐다.

이에 따라 29일에는 총 4편의 우리 국적기(여객기)가 사이판에 들어가 800∼900명을 귀국시킬 수 있을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은 B777(302석) 1대를 사이판에 투입하고, 제주항공이 B737(189석) 2대, 티웨이항공이 B737(189석) 1대를 각각 보내 자사 승객 수송에 나선다.

제주항공 임시기는 오전 10시와 11시 각각 사이판을 떠나 인천에 오후 2시 50분과 오후 3시 50분에 도착하고, 이어 티웨이항공기가 오후 1시 사이판을 이륙해 오후 5시 5분 인천에 내린다. 아시아나기는 오후 4시 사이판을 떠나 오후 7시 40분 인천에 도착할 예정이다.

괌-사이판 루트를 오가는 우리 군 수송기도 29일 계속 투입될 예정이어서 29일 하루 총 1000명 가량 귀국이 가능할 것으로 정부 당국은 보고 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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