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오면 힘든 강경화…野, 평양선언‧군사합의서 비준 및 유럽순방 질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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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국가인가, 아닌가"라는 야당의 질의에 "남북은 국가 간 관계가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라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등 국정감사에 출석,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등 국정감사에 출석,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 장관은 26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종합감사에 출석했다. 이 자리에서 야당은 '북한은 국가가 아니므로 평양공동선언과 남북군사합의서는 국회 비준 동의 사안이 아니다'라는 청와대의 주장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은 "남북한이 국가연합인 유엔에 동시 가입했는데, 청와대는 북한이 국가가 아니라고 했다"며 "남북군사합의서가 사실상 조약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미국 국방부가 아닌 국무장관이 외교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강 장관은 "남북간 합의는 남북관계발전법에 준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 간 조약은 아니다"라며 "남북은 국가 간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라고 답했다.

김 의원은 "남북군사합의서는 안전보장과 관련되거나 국민에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에 대해 국회가 비준 동의권을 갖는 헌법 제60조 1항을 적용하는 것이 맞다"며 "특정 정권 입맛에 맞게 '셀프 비준'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정현 무소속 의원도 "대통령이 지나가면서 한 말도 아니고 2011년 직접 책에다가 '남북 간 합의는 국가 간 조약'이라고 썼다"며 "종전선언을 연내에 하려고 했는데 이게 쉽지 않으니까 플랜 B로 군사합의서를 서둘러서 비준해버린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 12일 워싱턴 주미대사관 국감에서 질의하고 있다.[워싱턴 방송촬영기자단]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 12일 워싱턴 주미대사관 국감에서 질의하고 있다.[워싱턴 방송촬영기자단]

한편 박주선 바른미래당 의원은 "대통령은 책에서 10.4선언은 법률적으로 조약의 성격을 갖고 있어서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썼는데 이는 안보에 대한 큰 우려를 넘어서서 대한민국의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발상"이라며 "남북 간 합의를 조약으로 삼게 되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게 돼 북한이 합의를 어겨도 우리는 계속 준수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평양 공동선언뿐 아니라 판문점 선언도 비준 동의를 요청할 게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비준하라"고 지적했다.

또 한국당은 대통령의 유럽순방 성과를 놓고 비판을 이어갔다. 원유철 한국당 의원은 "대통령이 유럽 5개국 순방 중에 지속해서 대북제재 완화를 요청했는데, 방문국 정상들이 모두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EU 공동성명 하나 합의해 발표하지 못했다"며 "전통적 우방 국가들과 공조를 강화할 시기에 자칫하면 중국과 러시아의 편에 설 수 있다는 오해 불러일으켜서 국제공조를 스스로 깨뜨리는,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마저 놓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한국국제협력단, 한국국제교류재단, 재외동포재단, 한아프리카재단의 종합국정감사에 출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뉴시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한국국제협력단, 한국국제교류재단, 재외동포재단, 한아프리카재단의 종합국정감사에 출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뉴시스]

강 장관은 "대통령이 유럽순방 당시 제재완화를 요청하셨다는 건 잘못 보도된 부분이 있다"며 "비핵화가 불가역적인 상황까지 왔다는 확신이 들면 그때 제재완화를 논의해도 되지 않냐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또 "정부는 비핵화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갈 때까진 제재 이행은 충실하게 해야 된단 점에서 (유럽 국가의 입장과) 다르지 않다"며 "EU와 공동성명이 나오지 않은 건 북핵 문제가 아닌 그 밖의 다른 민감한 외교적 이슈 있어서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북미정상회담이 내년 초로 미뤄지면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당초 합의대로 연내 이뤄질 수 있는지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이석현 의원의 질문에 강 장관은 "정부로서는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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