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내에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남북 행사들이 대거 다음달로 넘어갈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비준한 9월 평양공동선언에 적시된 10월 중 북한 예술단의 서울 공연도 이달 개최가 힘들어졌다. 평양공동선언 이행을 위해 지난 15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합의된 10월 중 경의선 남북 공동조사도 26일 현재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관련 일정들이 이달을 넘기는 것은 정부 내에서도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북ㆍ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대북 제재의 이행을 강조하며 양측 간 샅바싸움이 계속되는 가운데 속도를 냈던 남북 관계도 감속을 면치 못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18~20일 평양에서 진행된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9월 평양공동선언’은 4조 1항에서 “남과 북은 문화 및 예술 분야 교류를 더욱 증진시켜 나가기로 하였으며, 우선적으로 10월 중에 평양예술단의 서울 공연을 진행하기로 하였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10월 내 대규모 공연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많지 않다. 공연장 선정부터 북한 예술단의 방남 절차, 공연 준비 실무를 1주일도 채 되지 않는 기간에 성사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통일부 이유진 부대변인은 26일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남북 간 협의가 진행 중”이라면서도 “지금 10월이 얼마 안 남았는데 진행상황에 대해 추가적으로 설명해드릴 말씀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공연 일정) 변동 가능성에 대해 이 자리에서 온으로(공개적으로) 말씀드리기가 조금 어렵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10월 중 공연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정부 당국자도 “지금으로선 10월 중 공연은 어렵다”고 말했다.
대북 제재 위반 우려를 낳는 철도ㆍ도로 연결은 더 복잡한 방정식이다. 평양공동선언에서 “금년 내 동ㆍ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갖기로 하였다”고 한데 이어, 고위급회담에선 10월 중 경의선, 11월 초 동해선에 대해 남북 공동조사를 하기로 합의했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빠르면 이번 주(10월 4째주) 후반에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금요일인 26일에도 공동조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통일부는 26일 “관련 준비를 검토 중에 있으나 일정이 확정된 바 없다”며 “현재 북측 및 미국 측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으며 관련 준비가 완료되면 유엔사의 협조를 거쳐 북측 구간 현지 공동조사를 시작할 것”이라는 입장만 내놨다. 유엔사는 지난 8월에 남북 철도 공동조사에 경유 등 대북 제재 물품이 북측으로 반입되는 것을 우려해 군사분계선 통과를 불허했다. 이 결정엔 미국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외교 소식통들은 전했다.
미국은 북ㆍ미 비핵화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비핵화 달성까지는 대북 제재를 풀지 않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미 재무부는 25일(현지시간) 북한의 자금세탁에 관여한 싱가포르 기업 2곳과 개인 1명에 대해 독자 제재를 단행했다. 국무부 역시 남측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이달 말 방북해 공단 시설을 점검하기로 한 것과 관련, “모든 유엔 회원국이 대북제재를 완전히 이행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고 미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6일 보도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