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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춤 춰봐라"…의경들에 성희롱·폭언 일삼은 해경 간부들

중앙일보

입력

해양경찰청 상징 표시. [사진 해양경찰청]

해양경찰청 상징 표시. [사진 해양경찰청]

"전화를 쓰게해준 보답으로 내가 원하는 것은 너희 어머니의 입술이다."(울진 해양경찰서 장모 경위)
"네가 가고 싶은 부서에 내가 못 가게 할 것이고 해경 생활도 못하게 하겠다."(목포 해양경찰서 엄모 경위)

해양경찰청이 전 직원을 대상으로 갑질행위 특별신고 기간을 시행한 결과 접수된 해경 간부들의 갑질 행태 사례 중 일부다. 이들의 갑질은 폭언과 욕설은 물론 성희롱 발언, 지위를 이용한 협박과 폭행·구타까지 다양했다. 한 달 동안 접수한 갑질 사례는 울진과 목포해경뿐 아니라 부산·평택·완도·보령 등 지역을 가리지 않았다.

이 같은 해경의 갑질 사례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비례)이 해경으로 제출 받은 감사보고서에 고스란히 담겼다. 해경은 지난 6월 29일부터 7월 29일까지 직원들에게 갑질행위 신고를 받은 결과, 총 17건의 신고를 접수했다.

지난달 13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전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청사에 '해양경찰청' 간판이 설치되고 있다. 세종시에 위치한 해양경찰청은 11월 송도 청사로 이전한다. [뉴스1]

지난달 13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전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청사에 '해양경찰청' 간판이 설치되고 있다. 세종시에 위치한 해양경찰청은 11월 송도 청사로 이전한다. [뉴스1]

"외박 나가서 여자친구와 XXX 하고 왔냐" 

최악의 사례는 지난해 12월 개서한 울진해양경찰서 장모 경위의 경우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장 경위는 함께 근무하는 의경과 순경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일삼고 신체를 만지거나 뺨을 때리는 행위를 했다.

장 경위는 6월 22일 오후 A 일경과 면담을 하던 중 여자친구 사진을 달라고 한 뒤 사진에 입을 맞추는 시늉을 하면서 "예쁜 처자를 보니 오줌이 마렵다"고 말했다. 7월 18일 오후 면담에선 A 일경에게 "(외박을 나가서) 여자친구와 XXX 하고 왔느냐. 발바닥은 빨았느냐"는 질문을 했다. 또 같은 날 A 일경의 아버지 직업이 교도관이란 사실을 알고 "너희 아버지 간첩이네"라고 말해 모욕감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장 경위는 5월 9일 오후 B 일경과 면담을 하면서 B 일경이 집에 전화를 자주 하지 못했다고 하자 어머니와 전화를 하게 했다. 그러곤 B 일경 어머니 나이를 묻고 "한 살 많은 오빠가 되고 싶었다" "전화를 시켜주는 보답으로 내가 원하는 것은 너희 어머니의 입술" 등 발언을 했다. 6월 초에는 B 일경에게 "나이트클럽에 가서 여자를 꼬시고 싶은데 '떡춤'을 여자들이 좋아한다"며 떡춤을 추도록 지시했다. 떡춤은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춤이다.

정부세종2청사 해양경찰청 청사. [뉴스1]

정부세종2청사 해양경찰청 청사. [뉴스1]

또 7월 17일 오후 C 일경과 만난 장 경위는 C 일경의 바지에 뭐가 묻었다면서 성기를 만지고 자신의 검지와 중지 사이에 엄지를 끼워 그것을 먹는 시늉을 했다. 6월 8일에도 D 일경의 성기를 만지고 D 일경이 뿌리치자 "묵직하네"라는 말을 하고 웃으면서 떠났다. 이 밖에도 함께 일하는 의경과 순경에게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표를 쓰라"고 하거나 머리카락이 길다며 뺨을 때리는 등 신고가 접수됐다.

이에 대해 장 경위는 감사에서 "부하들에게 성적·개인적 감정으로 한 행동이 아니고 내 나이가 아버지뻘이 돼 자식 같고 조카 같아서 장난으로 한 행동"이라고 진술했다. 가족에 대한 성희롱 발언에 대해서도 "실언이며 상대의 입장을 생각하지 못한 경솔한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말대답한다"며 화장실서 6차례 뺨 때려 

목포해경 엄모 경위는 5월 9일 오후 전남 목포시 한 식당에서 E 경장에게 "고참이 고기를 굽고 있는데 너는 뭐 하고 있느냐"고 화를 냈고 이에 E 경장이 "저희 테이블은 천천히 먹자고 해서 이렇게 굽는 것"이라고 대답하자 말대답을 한다며 화장실에서 뺨을 6차례 때렸다.

[사진 픽사베이 캡처]

[사진 픽사베이 캡처]

엄 경위는 앞서 3월 8일엔 주식을 하는 데 쓸 2000만원을 E 경장으로부터 빌린 사실이 적발됐다. 관련법상 공무원은 직무관련자에게 금전을 빌리거나 빌려줘서는 안 된다. 부득이하게 빌리거나 빌려줄 경우 소속기관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E 경장은 "엄 경위의 우월적 지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빌려줄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했다.

김현권 의원은 "이번에 적발된 해경의 갑질행위 17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갑질행위 신고 기간을 특별기간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상시운영 체제로 전환해 새로운 선진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울진=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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