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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일가족 피살...이별 후 복수심에, 가족 귀가 때마다 살해한 듯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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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일가족 4명을 살해한 용의자가 숨진 손녀 조모(33)씨의 동거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용의자 신모(32)씨는 지난 8월 말 조씨와 헤어지자 복수심에 범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부산 일가족 4명을 살해한 용의자 신모(32)씨가 지난 24일 오후 4시 20분쯤 아파트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 부산경찰청]

부산 일가족 4명을 살해한 용의자 신모(32)씨가 지난 24일 오후 4시 20분쯤 아파트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 부산경찰청]

26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신씨는 2017년 10월경 부산 사하구 괴정동 어머니의 집에서 조씨와 한 달 간 동거를 했다. 이후 이들은 경남 양산에서 전세방을 구해 본격적으로 동거생활을 시작했다. 경남 양산에 있는 컴퓨터 관련 회사에서 일하던 신씨는 2018년 7월 회사를 그만뒀다. 한 달 뒤인 2018년 8월 신씨와 조씨는 헤어졌다.

용의자는 피살자 중 손녀의 동거남 #살해 한 뒤 질소가스 마시고 자살

실직자가 된 신씨는 자신의 컴퓨터로 ‘전기충격기 사용방법’, ‘사하구 방범용 CC(폐쇄회로)TV 위치’ 등을 검색하며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추정된다.

신씨는 지난 24일 오후 4시 12분쯤 조씨가 가족들과 지내고 있는 부산 사하구의 A 아파트를 찾았다. 신씨는 선글라스와 모자를 착용하고, 손에는 가방 하나를 들고 있었다. 신씨가 아파트에 들어가기 직전인 오후 3시 41분, 조씨의 아버지인 조모(65)가 귀가한 상태였다. 오후 5시 52분쯤 노모인 박모(84)씨가 귀가했고, 오후 6시 43분쯤 며느리 박모(57)씨가 이어 집으로 들어갔다. 손녀 조씨는 가장 늦은 25일 0시 7분쯤 귀가했다.

신씨는 가방에 넣어뒀던 둔기와 칼을 꺼내 가족들이 귀가할 때마다 살해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기충격기를 사용한 흔적도 발견됐다. 신씨는 살해한 시체를 화장실 욕조에 차곡차곡 쌓아두는 엽기적인 행동도 서슴치 않았다. 마지막으로 조씨가 귀가하자 신씨는 앙갚음을 하려는 듯 조씨를 잔인하게 살해했다. 부산경찰청 장영권 형사과장은 “조씨는 다른 가족들처럼 둔기에 맞은 흔적과 칼에 찔렸을 뿐 아니라 케이블 선에 목이 졸린 흔적까지 있었다”며 “일가족 4명 중 가장 잔인하게 살해 당했다”고 말했다.

부산 일가족 4명을 살해한 용의자 신모(32)씨가 지난 25일 9시 50분쯤 질소가스통을 들고 아파트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 부산경찰청]

부산 일가족 4명을 살해한 용의자 신모(32)씨가 지난 25일 9시 50분쯤 질소가스통을 들고 아파트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 부산경찰청]

조씨의 시신은 거실 바닥에 머리에 피를 흘린 상태로 발견됐다. 일가족을 살해한 후 신씨는 25일 오전 9시 45분쯤 아파트에서 나왔다. 이후 자신의 차에서 질소가스통을 들고 다시 살해현장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아파트로 들어갔다. CCTV에 신씨의 모습이 마지막으로 찍힌 시각은 25일 오전 9시 50분이었다. 신씨는 질소가스통의 호스를 비닐봉지에 집어넣고 자신의 얼굴을 감싸 자살한 것으로 추정된다. 신씨의 시신은 작은 방 침대 위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26일 시신 5구를 부검할 계획이다. 장 과장은 “애정 관계에서 생긴 문제로 일가족이 희생되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단순 치정 때문인지, 재산 등 다른 원인이 있는지는 향후 수사를 통해 밝혀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건을 수사중인 부산 사하경찰서. [사진 부산경찰청]

사건을 수사중인 부산 사하경찰서. [사진 부산경찰청]

부산=이은지·위성욱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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