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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제재 대상 고려항공 “미국 애틀랜타서 북 여행 티켓 판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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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고려항공의 내년 운항 계획 책자. [독자 제공]

고려항공의 내년 운항 계획 책자. [독자 제공]

미국이 독자제재 대상에 올린 북한 고려항공이 미국에서 항공권 판매를 대행하는 대리점을 개설했다고 최근 공개했다. 사실일 경우 대북 제재를 주도하는 미국 한복판에서 북한이 영업을 하고 있다는 게 된다.

고려항공, 내년 운항 계획표에 #현지 여행사를 대리점으로 명시 #“북한 안전” 홈피서 관광객 모집 #미, 웜비어 이후 미국인 방북금지

본지가 25일 입수한  『고려항공 시간표』에 따르면 고려항공은 평양(본사)을 비롯해 중국(베이징, 선양, 상하이)과 러시아(모스크바, 블라디보스토크), 독일(베를린), 쿠웨이트 등 10곳에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또 고려항공은 평양을 포함해 전 세계 11곳에서 항공권을 판매하는 대리점도 있다.

특히 소책자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를 주소(우편사서함)로 하는 글로컬 여행사(GLOCAL ENCOUNTERS LLC)를 항공권 판매 대리점 중 하나로 소개했다. 이 여행사의 웹사이트(Korea peace tours)는 질문과 답변형식으로 북한 여행에 대해 소개하며 “(북한 여행은) 절대적으로 안전하다” “북한은 범죄율이 낮다”고 알리고 있다. 웹사이트에 따르면 여행사는 북한 여행에 나설 관광객을 모집하는 게 주요 업무다.

북한이 '고려항공시간표'에 소개한 미국 주지아주 애틀랜타의 항공권판매대리점. [독자제공]

북한이 '고려항공시간표'에 소개한 미국 주지아주 애틀랜타의 항공권판매대리점. [독자제공]

본지가 소책자에 나온 전화번호에 맞춰 이 여행사로 전화하니 한국어를 쓰는 한 여성이 “항공권 판매를 하고 있다”며 “항공권 구매 방법은 e메일을 보내주면 알려주겠다”고 답했다. 이 여성은 “미국에서 북한으로 직접 갈 수 있는 방법(직항)은 아직 없다. 북경이나 심양 한 곳을 통해서 가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고려항공 시간표』는 20페이지 분량으로, ‘여객들에게 알림’(탑승 주의사항), 고려항공사무소들(지사), 고려항공판매대리들(항공권 판매대리점), 항로별 시간, 고려항공의 비행기좌석방안(운항기종) 등을 담았다.

북한이 28일부터 적용하는 고려항공 시간표 [독자제공]

북한이 28일부터 적용하는 고려항공 시간표 [독자제공]

미국은 북한의 4차 핵실험(2016년 1월 6일) 한달여 뒤 대북제재강화법을 통해 북한의 운송·광업·에너지·금융서비스 산업 관련 거래에 대해 제재할 수 있도록 했다. 그해 12월에는 독자 제재를 통해 고려항공 등 16개 단체와 고려항공 소속 16대의 항공기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미국 내 고려항공의 자산이 발견될 경우 이를 동결하고, 고려항공과 미국인들 간의 거래를 금지하는 조치다.

특히 미 국무부는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씨 사망 직후인 2017년 9월부터 안전을 이유로 미국인들의 북한 여행을 금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려항공이 미국 본토에서 북한 여행객을 모집하면서 항공권을 팔고 있다면 안방에서 대북 제재에 구멍이 생긴 것일 수도 있다.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항공권 판매 대리점 운영 자체가 제재 위반인지에 대해선 조금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도 “대리점이 고려항공의 자산이거나 고려항공과 금융거래를 한다면 명백한 제재 대상”이라고 말했다.

소책자에 따르면 또 북한은 그간 정기 운항을 하면서도 홈페이지 등에선 운항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던 평양~중국 상하이 노선도 28일부터 수·일요일 주 2회 운항한다고 공식적으로 알렸다.

정용수·조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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