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호 병장 “군 부당함 알리려 치료비 포기하고 일찍 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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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호 병장. [사진 이찬호 병장 페이스북]

이찬호 병장. [사진 이찬호 병장 페이스북]

지난해 8월 강원도 철원에서 일어난 K-9 자주포 폭발사고로 전신화상을 입은 이찬호(25) 예비역 병장은 25일 “국민에게 감사드린다”고 하면서도 “그렇지만 아직 해결된 게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 병장은 이날 오후 방송된 KBS 1라디오 ‘오태훈의 시사본부’와 인터뷰에서 “사고 진상 규명도, 책임자에 대한 처벌도, 어떠한 보상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철원에서 발생한 K-9 자주포 폭발사고로 7명 중 3명이 숨졌다. 사고 생존자인 이 병장은 사고로 전신 55%에 2~3도 화상을 입어 영구 장애에 대한 지속적 치료가 필요한 상태다.

이 병장은 “치료비 문제로 제대를 연기했으나 연기 신청도 6개월밖에 안 된다. 거기에 이중배상금지법 때문에 보상금을 전혀 받을 수 없다”며 “K-9 자주포 제조 회사가 기계결함을 인정하지 않아 보상금을 받은 게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역을 한 달 정도 미뤘다. 치료비를 생각하면 6개월 정도 미룰 수 있었으나 부당한 일을 사회에 알리기 위해 치료비를 감수하고서라도 일찍 전역했다”며 “군 소속일 때는 지휘관의 허가가 필요하고 군법에 위배가 돼 방송에 나올 수조차 없었다. 군대라는 폐쇄적인 구조 때문에 알릴 기회가 없었다”고 했다. 보상금 문제 등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제대를 빨리해 군 테두리에서 벗어났다는 설명이다.

이 병장은 사고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배우가 꿈이었던 그는 자신의 얼굴 상태를 먼저 물었다.

그는 “사고 당시 네 발로 기어 나와 소대장님에게 처음 한 말은 ‘얼굴 괜찮습니까’였다”며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때 부모님이 거울을 처음에 안 보여줬다. 거울을 보고 나니 ‘앞으로 인생조차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 성원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것에 대해선 “(사고 발생) 1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잊지 않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병장은 ‘한 말씀 해달라’는 요청엔 이렇게 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이 시대의 미래를 짊어질 꿈 많은 청춘이 나라를 위해 아무런 대가 없이 의무를 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소모품이 아닙니다.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라 당연한 걸 바라는 겁니다. ”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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