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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북 헌법상 국가 아니다 … 합의서 비준은 위헌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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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자유한국당은 24일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평양 공동선언과 남북 군사분야합의서를 비준한 데 대해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동시에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기로 했다. 이날 김성태 원내대표(가운데)와 곽상도(왼쪽)·최교일 의원이 기자회견 중 가처분 신청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변선구 기자]

자유한국당은 24일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평양 공동선언과 남북 군사분야합의서를 비준한 데 대해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동시에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기로 했다. 이날 김성태 원내대표(가운데)와 곽상도(왼쪽)·최교일 의원이 기자회견 중 가처분 신청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변선구 기자]

9월 평양 공동선언, 판문점 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비준(23일)을 놓고 정치권에서 위헌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김의겸 “비준 필요한 조약 해당 안돼” #한국당 “판문점선언은 왜 요청했나 #안보·재정 큰 영향, 국회 동의 필요” #미래당도 “원칙없는 법해석” 비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4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평양 공동선언과 남북 군사합의는 국가 안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 사안이다. 헌법 제60조 1항에 명시된 헌법적 사안을 대통령 독단에 의해 결정하는 국정운영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헌법 제60조 1항은 ‘국회는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등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는 내용이다. 한국당은 이번 비준이 위헌이라며 법원에 효력정지가처분,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추진하기로 했다.

바른미래당 역시 문 대통령의 이번 비준을 “원칙 없는 법해석”이라고 비판했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법제처가 ‘판문점 선언은 국회 비준동의를 필요로 하고 평양 선언, 군사합의서는 필요없다’는데 이것은 이현령 비현령(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이라며 “청와대 마음대로 원칙 없는 법 해석을 한 것”이라 비판했다.

그러자 청와대는 즉각 반박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북한은 헌법과 우리 법률 체계에서 국가가 아니다. 따라서 북한과 맺은 합의·약속은 조약이 아니다”며 “조약이 아니므로 헌법이 적용될 수 없고, 위헌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위헌이라고 하는 주장 자체가 오히려 위헌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그러면서 1991년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에 대해 헌법재판소(1997년)와 대법원(1999년) 판례를 제시했다. 당시 합의서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나라와 나라 사이 관계가 아닌 특수관계 사이에 채택한 합의문서”라고 언급했다. 대법원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국가 간의 조약 또는 이에 준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김 대변인은 “2005년 제정된 남북관계발전법 3조 1항은 남한과 북한의 관계는 국가 간 관계가 아닌 ‘통일 지향 과정에서 잠정적인 특수관계’로 정의하고 있고, 여기서도 조약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남북합의서라고 표현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한국당은 오후에 기자회견을 열어 청와대 주장을 재반박했다. 법조인 출신인 최교일 의원은 “청와대 말대로라면 내용이 추상적인 4·27 판문점 선언은 무슨 근거로 국회 비준을 요청한 거냐”며 “청와대 말대로라면, 4·27 선언도 국회 동의가 필요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이어 “평양 선언은 철도 연결 등 심대한 재정부담을 수반하기 때문에 국회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군사합의 역시 비행금지구역 등 굉장히 구체적인 내용이 담겼기 때문에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는 교과서에서도 우리가 한반도 유일한 합법정부란 부분을 삭제했는데, 이제 와서 북한은 국가가 아니라고 하는 건 자기 모순 아니냐”고 따졌다.

이 문제는 앞으로 정치권뿐 아니라 학계에서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조약이라는 게 반드시 국가 사이에서만 체결되는 게 아니다. 휴전협정만 해도 북한이 당사자였고, 남쪽에선 한국 정부가 아니라 유엔사가 참여하지 않았느냐”며 “특히 국가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합의에 대해 국회가 손을 놓고 있으란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가 국회 동의를 받지 않아 논란이 생기자 헌법재판소가 남북기본합의서는 신사협정이기 때문에 법적 구속력은 없다고 결론내렸다”며 “만약 현 정부가 이번 평양 공동선언과 군사분야 합의서는 국회 동의가 필요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면 과거 남북기본합의서처럼 이번 합의도 법적 구속력이 없는 신사협정으로 취급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한영익·위문희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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