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생 성폭행범 항소심서 감형 이유는…“성폭행 흔적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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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성폭행 이미지 화면. [중앙 포토]

아동성폭행 이미지 화면. [중앙 포토]

이웃집 유치원생 여자아이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5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형량이 줄어들었다.

1심 10년 받은 성폭행범 항소심서 7년으로 감형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형사1부(손지호 부장판사)는 24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회사원 김모(54)씨 항소심에서 김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1심의 징역 10년보다 형량이 3년 줄어든 것이다.

재판부는 또 김씨에 대해 5년간 신상공개,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에 5년간 취업제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20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김 씨는 지난해 말 술에 취한 상태에서 집 주변에서 놀던 이웃집 유치원생을 유인해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미성년자 성폭행 형량 올려주세요. 종신형을 원합니다’라는 청원 글에 20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현행법상 13세 미만 아동 성폭행의 경우 10년 이상에서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하지만, 국민감정과 달리 형량이 낮다는 지적이 많았다. 김 씨는 당시 검찰과 경찰 조사에서 줄곧 “술에 취해 범행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창원지법 전경. [중앙 포토]

창원지법 전경. [중앙 포토]

김씨가 2심에서 감형된 이유는 뭘까.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실제 성폭행을 당했다고 일관되게 진술을 한 점을 근거로 지난 4월 징역 10년 형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성폭행 부분의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사건 당일 피해자가 산부인과 검진을 받았지만 특별한 외상이 없었고, 김씨의 체액 반응이나 남성 유전자 흔적이 검출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김씨가 성폭행을 시도했으나 실제로 성폭행까지는 이르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김씨가 유치원생에게 성폭행 시도를 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실제 성폭행을 했는지는 확신하기 어려워 강간미수에 해당한다는 의미다.

아동성폭행 이미지. [중앙포토]

아동성폭행 이미지. [중앙포토]

2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지만 이와 반대되는 증거도 있어 김씨가 성폭행을 했다고 확신하기는 어렵다”며 “그러나 김씨가 이웃집 유치원생에게 성폭행을 시도해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심한 정신·육체적 고통을 준 점은 엄히 처벌해야 해 실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창원=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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