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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6만 거창군 다시 쪼개지나…구치소 건립 놓고 군민 갈등

중앙일보

입력

거창구치소 신축 공사가 진행 중이던 2016년의 모습. 이 부지에 있던 한센인 집단 거주 마을이 이전됐고 가축 분뇨가 진동했던 축사도 모두 철거됐다. [중앙포토]

거창구치소 신축 공사가 진행 중이던 2016년의 모습. 이 부지에 있던 한센인 집단 거주 마을이 이전됐고 가축 분뇨가 진동했던 축사도 모두 철거됐다. [중앙포토]

거창구치소 신축 공사가 진행되기 전인 2014년의 모습. 이 부지에 있던 한센인 집단 거주 마을과 축사의 모습이 보인다. [중앙포토]

거창구치소 신축 공사가 진행되기 전인 2014년의 모습. 이 부지에 있던 한센인 집단 거주 마을과 축사의 모습이 보인다. [중앙포토]

인구 6만 3000여명의 경남 거창군이 구치소 등이 포함된 법무부 법조타운 유치 문제를 놓고 다시 내분에 휩싸일 전망이다. 구인모 거창군수가 중단된 법조타운 조성사업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를 반대해온 주민들의 반발이 확산하고 있어서다. 법조타운은 거창 구치소, 창원지검 거창지청, 창원지법 거창지원, 보호관찰소 등을 한곳에 짓는 것이다.

23일 구인모 거창군수 법조타운 재추진 의사 밝혀 #반대주민들 다음달 총궐기대회,청와대 항의 방문도

구 군수는 23일 군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단된 법조타운 조성사업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법조타운은 성산마을 악취 민원과 낙후지역 개발을 동시에 해결하고자 전략적으로 유치한 국책사업이다”며 “2015년 착공해 사업 대상지 보상이 완료됐고, 853억원의 사업비 중 총 316억원이 이미 투입된 상황이다”며 사업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구인모 경남 거창군수가 23일 군청 브리핑룸에서 거창 법조타운 재추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구인모 경남 거창군수가 23일 군청 브리핑룸에서 거창 법조타운 재추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구 군수는 또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구치소 유치 의혹이 후보 간 논쟁이 되면서 반대 여론이 형성되고 구치소 외곽 이전을 요구하는 단체들의 강력한 반대 투쟁이 전개돼 지금까지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며 “이제 군은  구치소 신축에 따른 오랜 갈등을 마무리하고 법조타운 조성에 군정을 집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거창군은 2011년 거창읍 상림리와 가지리 성산마을 일대 20만418㎡에 1725억원이 드는 법무부 법조타운 조성사업을 유치했다. 원래 성산마을 등은 축사가 밀집해 있어 인근 주민들의 악취 민원이 끊이지 않던 곳이다. 법조타운 예정지에서 1~2㎞ 안에 있는 12개 초·중·고교 중 4~5곳과 현대·상동·대경 아파트 1000여 가구도 비슷한 피해를 봤다. 2011년 7월 성산마을에 구치소가 포함된 법조타운 유치가 확정됐을 때 주민 상당수가 환영한 이유다.

법무부는 법조타운이 완성되면 거창군이 지방교부세와 지방세 등이 연 10억여원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또 법조타운 조성 과정에 건축 및 숙박 등의 직접적인 효과(1700억원)와 조성 후 교정직 등 직원 200여명과 수감자 400여명이 들어오면서 유동인구에 따른 주변 상가 활성화 등으로 200억원의 간접 효과가 생길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2014년 6·4 지방선거 때부터 “법조타운 만든다더니 알고 보니 교도소(구치소)였다”는 말이 돌면서 반대여론이 일었다. 악취 민원으로 인해 환영했던 인근 주민들도 교육환경 등이 나빠질 것을 우려해 반대쪽으로 여론이 돌아서기 시작했다.

거창구치소(왼쪽)는 법원과 검찰청이 결합된 형태의 법조타운(오른쪽)으로 신축될 예정이었다. 거창군이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해 조기 신축을 추진했지만 주민들의 반발로 공사가 중단됐다. [그래픽=법무부]

거창구치소(왼쪽)는 법원과 검찰청이 결합된 형태의 법조타운(오른쪽)으로 신축될 예정이었다. 거창군이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해 조기 신축을 추진했지만 주민들의 반발로 공사가 중단됐다. [그래픽=법무부]

거창 법조타운 그래픽. [중앙 포토]

거창 법조타운 그래픽. [중앙 포토]

이런 분위기 속에서 법무부는 2015년 12월 우선 구치소 신축공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법조타운에 구치소가 들어선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창군민 사이에 찬반 갈등이 심해졌다. 구치소가 혐오시설이라는 이유에서다. 결국 구치소 신축공사는 이후 구치소 외곽 이전을 요구하는 반대 운동이 전개되면서 착공 1년여 만인 2016년 11월부터 현재까지 중단된 상태다.

구 군수의 기자회견에 앞서 지난 3월 발족한 거창 구치소 갈등조정협의회 회원들은 주민 의견 수렴 없는 원안추진 강행에 유감을 나타내는 기자회견을 열고 협의회 활동 종식을 선언했다. 향후 주민 반발이 재점화 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점도 학교 앞 교도소 반대 범 거창 군민대책위원회 홍보국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기간에 거창에 오셔서 ‘군민의 뜻대로 해주겠다’고 약속하셨는데 아직 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 군에서 일방적으로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며 “이번 주 금요일부터 매주 군청 앞에서 반대 집회를 열고 다음 달 16일에 군민 총궐기대회를 여는 등 반대 입장을 명확히 알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거창 법조타운 조감도. 왼쪽이 구치소, 오른쪽이 검찰과 법원 건물이다. [그래픽=법무부]

거창 법조타운 조감도. 왼쪽이 구치소, 오른쪽이 검찰과 법원 건물이다. [그래픽=법무부]

반면 구 군수는 “법무부와 관련 부처를 찾아 충분한 협의를 거쳐 최대한 인센티브를 확보하고 군 의회 협조도 끌어내겠다”며 “군민이 더 행복한 거창을 만드는데 중지를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거창=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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