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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병 사망 늘고 있다|87년 한국인 사망 원인-경제기획원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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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경제기획원 조사 통계국이 분석한 87년 사망 원인 통계의 두드러진 특징은 우리 나라 사람들의 사망 원인이 선진국형 사인 구조를 급속히 닮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각종 전염병·기생충·호흡기 질환 등 예방이 가능한 소위 후진국형 질환으로 인한 사망은 줄어드는 대신 암·심장병·뇌혈관질환 등 현대의학으로 고치기 어려운 난치병·성인병이나 각종 사고로 인한 사망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3대 사인으로 꼽히고 있는 순환 기계 질환이나 암·사고사가 전체 사망 중 차지하는 비율이 81년 44·8%에서 87년엔 60·3%로 껑충 뛰어오른 것이 그같은 추세를 단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특히 간암·위암·교통 사고로 인한 사망률은 우리 나라가 세계 최고의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평균 수명이 비슷한 나라 중 40대 사망률이 높은 것도 우리 나라의 사인 구조의 큰 특징이다.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5대 원인>
60년대만 해도 주요 3대 원인이었던 호흡 기계·소화 기계 병이나 감염성·기생충 질환은 줄어든 대신 고혈압·암등 소위 현대병이 늘고 있다. 87년 전체 사망자 가운데 고혈압·중풍등 순환 기계 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은 모두 5만8천9백20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30·3%를 차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다음으로 암이 2위, 교통 사고 등 불의의 사고가 3위 심장병·만성 간질환 등의 순이었다. 특히 각종 암으로 인한 가망은 지난 81년 인구 10만명 당 58·8명에서 87년엔 97·2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만성 간질환 (간경화증)으로 죽은 사람은 81년 17·5명에서 87년엔 30명으로 큰 폭으로 늘어났다.
5대 원인에는 들지 않지만 후진국형 병이라는 결핵에 의한 사망도 높은 편이다. 결핵 사망률은 인구 10만명 당 15·9명으로 점차 낮아지는 추세에 있긴 하나 선진국인 미국 (0·7명)·일본 (3·4명)보다 현저히 높고 비슷한 사인 구조를 가진 홍콩 (6·4명) 보다도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한편 전체 사망 중 집에서 임종을 맞은 사람은 81.1%였고 병원 사망은 9.8% (일본 68.7%)에 불과했다. 이는 사망 원인 중 수를 다해 노쇠 현상으로 죽는 경우가 전체의 17.2%인 점에 비춰볼 때 죽게되더라도 임종만은 집에서 맞아야 한다는 「객사를 금기시」하는 한국인의 뿌리 깊은 인식을 나타내 주고 있는 것이다.

<연령·지역별>
선천성 이상 체질 등으로 죽은 유아기를 제외하면 30대까지의 사망 순위 1위는 사고사다. 가장 활동이 활발한 시기에 사고를 당하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40, 50대는 기종 암이 사망 순위 1위, 60대 이후는 각종 고혈압 등 뇌혈관 질환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 10, 20대에는 자살이 각각 사망 순위 4위, 3위를 차지해 다른 연령층에 비해 높은 순위를 나타내고 있다.
연령별 사망 특성 중 주목할 점이라는 점이다. 인구 1천명 당 40대 사망률은 8명으로 미국·일본의 2배나 되며 우리와 비슷한 평균 수명을 가진 칠레 (5·8명)·폴란드(6·3명)·불가리아 (4·8명)를 훨씬 웃돈다.
40대를 넘긴 경우 기대 수명이 남자 74세, 여자 78세 (89년)인 점을 감안하면 30년 이상을 더 살 것을 이 고비를 넘기지 못해 죽는 경우가 많음을 알 수 있다.
사망 원인은 지역별로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도시에서는 각종 암·당뇨병·사고사의 비중이 높은 반면 농촌 (군읍)에서는 노쇠 (도시 12.4%, 농촌 22%)로 죽는 경우가 많았다.

<암 사망>
우리 나라의 암 사망자는 지난 81년 1만7천5백62명에서 87년엔 3만2천3백27명으로 크게 늘었다.
인구 10명 당 암 사망률은 97·2명으로 선진국인 영국 (2백80·1명)·미국 (1백91·8명)·일본 (1백58·5명) 보다는 적으나 에콰도르 (45·9명) 보다는 훨씬 많았다.
특히 위암·간암은 세계적 수준으로 위암의 경우 10만명 당 32·7%에 달해 일본의 39·9명보다는 다소 적었으나 미국 6명, 프랑스 13·9명을 훨씬 능가하고 있다. 간암은 22·3명으로 미국 1·3명, 일본 11·6명, 홍콩 19명을 압도해 『세계 보건 연감』에 실린 47개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 사고>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 수는 45명으로 세계 1위, 인구 10만명 당 자동차 사고 사망률은 24·3명으로 세계 2위다.
지난 81년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 1백2명에 비하면 사망 빈도가 줄고는 있으나 이 부문엔 여전히 한국을 따라올 나라가 없다.
세계에서 가장 자동차가 많은 미국은 1만대당 사망자가 2명, 일본·영국도 각각 3명뿐이었다.
인구 10만명 당 자살 사망률은 우리 나라가 9·9명으로 헝가리 (45·3명)·프랑스 (22·7명)·서독 (19명) 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밖에 불의의 중독 사고 중 우리 나라만이 갖고 있는 연탄 중독 사망자는 83년의 2천2백17명에서 87년에는 2천73명으로 다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밖에 농약 중독 사망자는 1천21명으로 집계됐다. <장성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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