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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농약 쌀, 저염 반찬 … 안양 친환경 급식, 학생도 부모도 “좋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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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경기 안양시는 친환경 급식을 확대하고 있다. 덕천초교 학생들이 배식하고 있다. [사진 안양시]

경기 안양시는 친환경 급식을 확대하고 있다. 덕천초교 학생들이 배식하고 있다. [사진 안양시]

지난 16일 오전 경기도 안양시 덕천초등학교 급식실. 식자재가 도착하자 하얀색 가운과 조리 모자, 비닐장갑 등으로 무장한 여성 세 명이 다가왔다.

위생·식자재 상태 등 꼼꼼히 확인 #검수 때 기준 못미치면 현장 반품 #내년 ‘비GMO식품’도 16개로 확대

칼로 당근과 양파를 반으로 잘라 색과 모양 등을 살펴보고 단면의 온도를 쟀다. 수북한 깻잎도 낱장을 하나씩 들춰보며 상태를 봤다.

왕유정(43·여) 영양 교사는 “생산 일자와 친환경 여부를 먼저 따진 뒤 야채 내부 온도가 10도 이상이거나 조금이라도 무른 것이 발견되면 ‘불량’으로 보고 현장에서 바로 반품한다”고 말했다.

덕천초등학교 김순한 교장은 “친환경 급식이 도입되면서 학생은 물론 학부모들의 만족도도 무척 높다”고 했다.

안양시는 친환경 무상급식의 메카로 통한다. 2011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각 학교에 무농약 쌀을 제공했다.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로 무상급식을 확대한 2013년부터는 ‘친환경 축산물’로 인증받은 돼지고기 등을 학교에 공급하고 있다.

인덕원중학교 학부모회장 김미정(46·여) 씨는 “철저한 위생은 물론 집에서는 ‘이 정도면 괜찮지’하는 식재료도 학교에선 모두 반품해 놀랄 때가 많다”며 “2013년부터는 모든 학교가 저염식단을 도입하면서 아이들이 집에서도 ‘싱겁게 해달라’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친환경 식자재가 도입된 2011년 이후 안양시에선 식중독 등 학교 급식으로 인한 사고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안양시의 친환경 무상급식 역사는 2000년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3년을 기점으로 모든 초·중·고교에서 학교급식이 시행되면서 집단 식중독 등 급식 문제도 이어졌다. 학부모 등을 중심으로 ‘안전한 학교 급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졌다. 2004년 주민 발의로 ‘학교급식 지원조례’가 제정됐지만 한 번도 시행되지 못했다. 이를 다시 끌어낸 것은 최대호 안양시장이었다. 그는 2010년 민주당 안양시장 후보로 출마하면서 “친환경 무상급식은 보편적 교육복지의 일환”이라며 공약으로 내세웠다. 당선 이후엔 친환경 무상급식을 본격 도입하고 급식교육과 식자재 정보 등을 제공하는 ‘급식 지원센터’ 설립도 추진했다. 급식센터의 경우 의왕·군포시에서 "공동으로 만들자”고 제안하면서 2013년 5월 ‘공동급식 지원센터’가 들어섰다.

안양시는 내년엔 사립유치원을 비롯한 초·중·고교 140곳에 친환경 학교급식비로 267억원을 지원한다. GMO(유전자변형) 없는 가공식품 지원 품목도 고추장·된장 등 6개 품목에서 밀가루·면류 등을 더해 16개 품목으로 대폭 늘렸다.

최대호 시장은 “친환경 학교 급식 지원으로 학생들에게 영양가 높고, 맛있는 한 끼 밥상이 되도록 학교급식의 질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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