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트렌드] 진짜 유기(농)사료에 찍힌 녹색 인증마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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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애 기자의 선견(犬)지명 

‘개밥’하면 대부분 형편없는 밥을 생각하지만 이젠 고급스러운 밥을 떠올려야 할지도 모른다. 요즘엔 많은 반려견이 연어, 홍삼농축액, 유기농 원료 등 사람이 먹을 법한 고급 재료로 만든 사료를 먹기 때문이다.

고급 사료 중에서도 애견인에게 많은 선택을 받는 건 ‘유기사료’다. 실제 기자가 오픈마켓(G마켓·11번가·옥션)에서 ‘애견 사료’를 판매량 순으로 검색했더니 세 곳 모두 ‘유기사료’가 상위권(1~3위)에 들었다. 평소 자신의 애견에게 유기사료를 먹이는 직장인 송지연(31)씨는 “가격이 비싸지만 사료가 강아지의 건강과 직결된다고 생각해 질 좋은 제품을 선택하는 편”이라며 “포장지에 오가닉(Organic)이라고 쓰인 녹색 마크가 있으면 안심하고 구매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처럼 유기사료를 선호하는 애견인이라면 이제 녹색의 ‘유기사료 인증마크’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내년 1월 1일부터는 국내에서 인증 받은 제품만 마크를 사용하도록 정책이 바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유기사료 인증마크’는 미국 농무부, 해외 민간단체 등에서만 받을 수 있어 국내에서 해외 인증의 진위 여부를 관리·감독하기 어려웠다. 지난해 6월 우리나라에서도 개·고양이 사료에 대한 ‘유기사료 인증제’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유기사료 인증제’는 올해 12월 31일까지 국내 제조 또는 수입된 제품을 대상으로 유예기간을 갖는다. 국내 인증마크인지 알기 위해선 마크 하단에 ‘농림축산식품부’ 혹은 ‘MAFRA KOREA’가 게재돼 있는지 확인하면 된다. 조병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인증관리팀 주무관은 “바뀐 정책으로 유기사료 인증마크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기사료’의 진위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앱도 마련돼 있다. ‘농식품안심이’(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전용)라는 앱을 설치한 후 유기사료 인증번호를 검색하면 생산자 주소, 인증 일자, 인증 유효기간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조 주무관은 “사료는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땐 제품 겉면에 있는 인증마크의 유무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마크를 보지 않더라도 제품 정보에 게재된 인증번호를 입력하면 유기사료의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증기관은 달라졌지만 인증제도의 심사 기준은 해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유기 원료가 95% 이상 함유된 제품에만 인증마크를 부여하고 제품명에도 ‘유기’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다. 유기 원료가 70~94%라면 마크는 물론 제품명에 ‘유기(농)사료’ ‘유기 가공식품’이라는 표현도 금지된다.

하지만 포장지의 모든 면에 ‘유기농 ○○로 만든’이라는 부가 설명은 가능하다. 유기 원료가 70% 미만일 경우라도 인증을 받지 않고 원재료·함량 표시란에 ‘유기’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유기사료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이라고 해석될 수도 있으니 참고하자.

물론 인증마크를 너무 맹신하는 건 좋지 않다. ‘유기사료’가 반려견의 건강에 유익하다는 인증은 아니기 때문이다. 박희명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일반 사료와 유기사료의 건강 효과를 비교하는 실험 결과는 아직 없다”며 “반려견이 화학·오염 물질에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해 장기적으로 건강할 수 있도록 돕는 ‘예방 차원’으로 생각하면 좋다”고 조언했다.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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