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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한 치의 오차 없는 우주로켓 조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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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한은수 한국항공우주산업 우주사업기술총괄 상무

한은수 한국항공우주산업 우주사업기술총괄 상무

과거 위성 발사에 나섰던 국가들의 첫 발사 성공률은 27.2%에 불과했다. 발사 실패는 미국, 러시아, 중국, 유럽, 일본, 인도 등의 우주개발 강국들도 겪었다. 발사체 실패 원인으로는 액체 엔진과 고체 모터, 추력·동력 장치, 연소실 등의 추진시스템 계통에서 발생한 문제가 66%로 가장 많다고 알려졌다.

미국의 ‘챌린저호’는 1986년 발사 73초 만에 폭발했다. 고체로켓 연결부위 고무 패킹이 추운 날씨로 갈라지면서 탄력저하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연료탱크에 불이 붙었다. 러시아의 ‘소유스’도 2002년 연료 펌프 시스템의 과산화수소 오염에 의한 엔진 문제로 발사 29초 만에 폭발했다.

발사체는 정밀하고 복잡하다. 2013년 세 번의 도전 끝에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KSLV-I)는 고체엔진이 장착된 2단 로켓으로 러시아와 공동개발했다. 반면, 2010년부터 개발 중인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Ⅱ)는 1단이 75t급 엔진 4기, 2단은 75t급 엔진 1기, 3단은 7t급 엔진 1기로 구성되는 3단형 로켓이다. 추력 조절이 용이하고 효율성이 높은 액체엔진을 탑재한다. 누리호는 기본 제원부터 복잡한 구조로 인해 개발 단계마다 도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과 함께 주요 산업체는 누리호 독자 개발에 필요한 핵심부품 개발과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형 발사체의 총 조립을 맡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발사체 조립설계, 발사체의 혈관인 하니스 설계, 조립용 장비 설계와 시험을 수행하고 있으며, 발사체 핵심 부품인 1단 추진제 탱크 제작도 추진 중이다.

시험발사체는 75t급 액체엔진 1기를 장착하므로 누리호 2단에 해당한다. 지금까지 체계개발모델(EM)과 인증모델(QM) 그리고 이번 비행모델(FM)까지 총 3기의 시험발사체가 조립됐다. 지난 7월 종합연소시험도 무사히 넘겼다. 그러나 10월 예정이던 누리호 시험발사체 발사는 추진제 가압계통으로 추정되는 부품에 이상이 발견돼 당분간 연기됐다. 발사체개발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려주는 대목이다.

시험발사체는 물론 누리호가 실제로 발사되기 전까지 앞으로도 예상치 못한 난관이 발생할 수 있겠지만 많은 문제를 사전에 발견하고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KAI를 비롯한 여러 업체는 선진국의 초기 발사체 실패 사례를 발판삼아 조립품질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시험발사체 발사 이후에도 기술적인 과제는 산적해 있다. 1단 조립에는 75t 액체엔진 4기를 묶어 마치 하나의 엔진처럼 작동하게 하는 클러스터링 기술이 필요하다. 약 50m에 이르는 3단형 누리호 기체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결합하는 공정도 남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항우연의 기술과 KAI 항공기 체계종합 역량을 융합해 나아간다면 누리호 발사까지 수많은 난관을 극복할 것으로 확신한다.

한은수 한국항공우주산업 우주사업기술총괄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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