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비즈 칼럼] 안전띠 착용, 제도가 문화가 되게 하려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원영아 사단법인 녹색어머니중앙회장

원영아 사단법인 녹색어머니중앙회장

올 봄 딸 친구가 가족 나들이 중 교통사고로 크게 다친 일이 있었다. 그날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는 아빠를 제외한 친구 가족이 모두 크게 다쳐 병원에 입원했다며 몹시 놀란 목소리였다. 특히 7살 난 막내 동생은 중환자실에 입원할 정도로 크게 다쳐 생명이 위험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뒷좌석의 두 아들이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딸 친구는 퇴원 후에도 깁스를 한 채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지금은 온 가족 모두가 회복되었다고 하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평소 뒷좌석 안전띠 착용 여부로 딸과 실랑이가 잦았었는데, 지금도 딸이 뒷좌석에 앉아 안전띠를 메지 않겠다고 떼를 쓰면 그 친구 얘기를 하곤 한다.

지난달 28일 도로교통법 개정·시행으로 모든 도로에서 전 좌석 안전띠 착용이 의무화됐다. 도심에서도 운전자뿐만 아니라 뒷좌석 동승자도 안전띠를 착용해야 한다. 그러나 6세 미만 아동의 카시트 착용 의무화에 대한 적잖은 반대의 목소리가 있어 걱정이 앞선다. 택시 이용 시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이 카시트를 상시 휴대해야 하는 것에 대한 불편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편함에도 영유아의 카시트 착용이 중요한 이유는, 택시 탑승 시 아이를 안고 안전띠를 매면사고시 아이가 어른의 에어백 역할을 하게 되어 다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독일도 12세 이하 영유아가 차량 탑승시 카시트를 착용해야 하는데, 택시 이용시에는 택시 호출 앱에서 카시트 선택이 가능토록 하고 택시는 카시트를 트렁크에 넣고 다녀 국민의 불편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 한국도 제도 시행과 함께 이러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전 좌석 안전띠 착용 의무화는 교통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정책이기에 모두가 동참함이 옳다고 생각한다. 안전은 일정 기준에 따라 지키고 지키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단 한명의 사상자도 발생하지 않도록 교통사고 제로화에 원칙을 두어야 한다.

전 좌석 안전띠 의무화 시행으로 사업용, 영업용 그리고 일반차량 이용자 모두가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 많을 줄로 안다. 하지만 모든 국민이 궁극적으로 안전에 기반을 둔 동 제도의 의미를 깨닫고 실천할 때 미비한 부분은 신속히 보완·개선되고 발전된 정책으로 사회 속에 자리 잡으리라 생각한다.

한국의 교통사고 사망자 사상 최고치였던 1991년 1만3429명에서 지난해 4185명까지 줄었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 교통안전 수준은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전 좌석 안전띠 착용 의무화와 같은 국가의 적극적인 정책 추진과 범국민적 동참으로 교통안전제도가 교통안전 문화로 정착된다면 한국도 교통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는 함께 어우러짐에서부터 시작한다. 우리나라 교통사고 제로화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전 좌석 안전띠 착용부터 국민이 모두 함께 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원영아 사단법인 녹색어머니중앙회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