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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유럽순방 마치고 귀국…교황 방북 성사시켰으나 대북제재 완화는 역부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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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가 사랑하는 안데르센의 동화는 ‘그래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라는 문장으로 끝난다. 우리는 그런 결말을 원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7박 9일간의 유럽 순방을 마치고 21일 귀국하기에 앞서 마지막 방문지인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했던 연설의 마지막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 회의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뢰케 라스무센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마지막 일정으로 소화한 후 이날 오후 귀국했다.

 문 대통령은 덴마크 출신 안데르센의 동화를 인용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결말을 바람으로 밝혔지만 이번 순방에서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외교 활동을 보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는 평가다.

교황청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하는 몰타기사단 회장인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지난 18일 오후(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 집무실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교황청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하는 몰타기사단 회장인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지난 18일 오후(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 집무실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방북 의사를 확인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에 대한 지지를 얻어낸 것은 성과다. 교황 방북이 실제 성사되면 이는 북한이 폐쇄적인 국가라는 이미지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고 국제사회 일원으로 나선다는 의미가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교황 방북 논의의 물꼬를 텄으니 북쪽이 나설 것으로 본다”며 “북쪽 입장에서도 교황 방북 의사를 어떻게 다뤄나가야 할 지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대통령궁인 엘리제 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프랑스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대통령궁인 엘리제 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대북 제재 완화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하겠다는 문 대통령 구상에 국제사회는 오히려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영국과 프랑스 정상을 만나 제재 완화 과정에서의 역할을 당부했지만 명시적인 협력을 끌어내지는 못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CVID는 국제적으로 관례화된 표현이어서 자신들이 먼저 바꾸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단 방북 등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해 긍정적인 조치들을 취했을 때 제재 완화 여론을 더욱 환기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다음달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와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도 이같은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 “내년 1월 1일(the first of the year) 이후가 될것 같다”는 미 행정부 고위당국자 발언이 인용 보도되면서 문 대통령이 목표로 하는 연내 종전선언에 차질이 빚어질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으로 비핵화 계기가 추동 될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 크리스티안보르 궁에 도착,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총리와 정상회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 크리스티안보르 궁에 도착,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총리와 정상회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앞서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와의 회담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프로세스와 그에 대한 미국의 상응 조치 등의 타임테이블을 만드는 것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주제가 될 것이며 충분한 합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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