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번엔 배송료 시비 “중국에 부당할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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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EPA=연합뉴스]

트럼프.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소포 전쟁’을 시작했다. 전쟁의 주적(主敵)은 또다시 중국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17일(현지시간) 중국 등지에서 출발하는 소포의 배송료를 할인해주는 국제 우편 협약에서 탈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블룸버그통신·워싱턴포스트 등이 보도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새로운 전선이 하나 더 만들어졌다.

“2위 경제대국에 개도국 혜택 #2㎏ 이하 소포 40~70% 깎아줘 #우편연합과 재협상해 고칠 것”

유엔 산하 만국우편연합(UPU)은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에서 국제 소포를 부칠 때 요금을 할인해준다. 미 언론에 따르면 현재 중국·싱가포르 등지에서 2㎏ 이하의 소포나 우편물을 보낼 때 선진국보다 40~70% 할인된 배송료가 적용된다. 개도국의 물가 수준과 구매력을 고려한 조치다. 당초 정책의 취지는 저개발 국가의 운송료 부담을 덜어줘 이들이 국제 거래를 통해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이제는 수출 대국이자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는데도 계속해서 배송료 할인 혜택을 받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해외 직구 등 국경을 넘나드는 전자상거래 시장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중국 기업이 싼 배송료를 무기로 중국산 상품을 쏟아내는 바람에 미국 기업의 이익이 침해당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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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부는 “UPU 체제가 미국 기업을 희생양으로 삼아 중국 등 다른 국가에 유리하도록 규정돼 있어 중국 제조업체의 미국 수출이 유리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로스앤젤레스(LA)에서 뉴욕까지 1파운드(0.45㎏) 소포의 우선 취급 배송료는 7∼9달러(7800∼1만원)이지만, 같은 소포가 중국에서 뉴욕으로 가면 2.5 달러(2800원)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UPU 체제가 미국 내 우편 가격 체계를 왜곡하고, 미국 우편서비스(USPS)의 재정을 압박하며, 가짜 상품과 위험물의 미국 유입을 쉽게 한다는 게 미 정부의 주장이다. 개도국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선진국의 우편 서비스에 전가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으로 1년여간 UPU 탈퇴 절차를 밟으면서 협약 내용을 재협상할 계획이다. 탈퇴 위협은 협상 전략의 하나다. 사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협상이 성공하면 미국은 탈퇴 통보서를 철회하고 UPU에 남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1874년 창설된 UPU는 스위스 베른에 본부를 둔, 144년 역사의 국제기구다. 1948년 유엔 산하 기구로 편입됐으며, 192개 회원국이 협의를 통해 우편요금 규정을 만든다.

트럼프 행정부가 UPU를 탈퇴할 경우 국제기구 탈퇴 기록을 추가하게 된다. 미국은 지금까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이어 유네스코(UNESCO), 유엔인권이사회(UNHRC) 등 국제기구에서 탈퇴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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