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시장 주름잡는 한국계 이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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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USA,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오브 아시아. 미국은 아시아인의 나라가 될 것인가? 65년 미국 이민법이 개정 돼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서도 균등한 이민이 허용된지 24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중국· 한국· 대만· 홍콩 등지로 부터 미국에 유입된 아시아계 이민들은 수적으로 급팽창, 미국 사회를 변화시킬 가능성까지 보이고 있다.
그래서 미국 기업들도 아시아계 이민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유교 문화권 출신인 그들은 어떤 조직에서나 상사를 존경하며 팀 전체를 위해 자신을 억제 할줄 안다.
이런 이유에서 최근 미국 대기업엔 아시아계 중역들의 수가 늘고 있는데 이는 미국 역사상 획기적 일이다.
이중에서도 특히 활기를 띄고 있는 것이 한국계 이민들이다.
뉴욕시 경찰의 아시아계 담당관으로 그 자신 한국계인 「마이클·임」씨에 따르면 현재 뉴욕지역에는 약 25만명의 한국계 이주민들이 살고 있다. 14년전인 지난 75년에는 불과 3만명 이었던 것이 8배 이상 늘어났으며 최근들어 매년 3만명씩 늘고 있다.
아시아계중 이민 역사가 가장 긴 중국계 이민이 30만명인 것을 보면 한국계 이민이 얼마나 급속도로 늘고 있는지 알수 있다.
한국계 이민들은 뉴욕지역 야채가게(식품점)의 80%, 생선가게의 70%, 세탁소의 50%, 그리고 주류판매점의 30%를 장악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한국음식점 약50개소, 한국 신자만을 위한 교회 약 6백개소, 한국인 친목회가 약 1백2O개가 있으며, 그리고 한글 일간지 5개, 주간지 2개, TV방송국 3개, 라디오 방송국이 2개 있다.
또 25명의 한국계 변호사, 25명의 대학교수, 6천명의 의사가 이 지역에 살고 있으며, 공무원중 한국계가 차지하는 비율도 20년전 0.2% 에서 지금은 0.3%까지 상승했다.
대부분의 한국계 이민들은 야채가게부터 시작한다. 뉴욕에서 야채가게를 새로 열었다 하면 십중팔구 한국인이라는 것이 정설처럼 돼 있다.
미국에서 한국계 식품점을 먼저 시작한 것은 북한에서 월남 했다가 다시 미국으로 이민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먼저 남미로 건너갔으며 그곳에서 장사를 시작, 중산층으로 자리잡고 경영 노하우를 몸에 익혔다.
이들은 대도시 뉴욕에서 식품점을 열어 그때까지 이탈리아인· 아일랜드인들이 잡고 있던 상권을 빼앗았다.
한국인들의 식품점 경영은 대부분 다른 사람을 쓰지않는 철저한 가족경영이다. 한가족5, 6명이 교대로 24시간 문을 열어 놓고 있다. 그래서 인건비를 줄이고 돈을 모은다.
식품점보다 이익이 많고 사회적 지위도 높은 문방구· 부동산업· 무역상으로 전신을 꾀하는 사람들도 많다. 최근 뉴욕시 중심부 오피스빌딩에는 한국인이 경영하는 중소무역회사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한국기업들의 대미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계 이민의 진출이 늘고 있음에 비례, 현지인들과의 마찰 또한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8월 흑인 주거지역인 브루클린구의 한 한국계 식품점에서 흑인 여성이 물건을 훔쳤다고 시비가 일자 흑인과격파 그룹이 개입, 가게에 불을 지르겠다고 위협하고 나서 부득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비슷한 시기에 할렘구의 한 한국 식품점에서 돈 지불을 놓고 시비가 붙어 흑인들이 가게 앞에서 연일 데모를 벌인 일이 있다.
흑인들은 한국인들이 흑인지역에서 장사를 하면서도 그 지역인들을 고용하지 않고 이익을 다른 지역으로 빼돌리는 등 자기들로 부터 빼앗아 가기만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한국인들도 최근들어 얼마간 반성하고 그 지역 복지시설에 기부금을 내는 등 다른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으나 근본적으로 『우리가 하루 24시간 잠자지 않고 번돈을 우리를 위해 쓰는 것이 왜 나쁜가? 그 때문에 그들로 부터 강탈 당하고 도둑질 당해야 하는가?』 하는 반론이다.
하버드대 아시아 전문가인「에즈라· 보겔」 교수는 미국 사회에서 필사적으로 성공하려고 노력하면서 자녀교육에 열을 쏟는 모습을 『50년전의 유대인들을 보는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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