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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공사 퇴직자 친척 7명도 정규직 전환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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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7일 김용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이 공개한 영상. 지난해 11월 서울교통공사 노조원들이 성동구 본사에서 정문 점거용 천막을 설치하려다가 이를 저지하는 청원경찰에게 무력을 행사하고 있다. [동영상 캡처 ]

17일 김용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이 공개한 영상. 지난해 11월 서울교통공사 노조원들이 성동구 본사에서 정문 점거용 천막을 설치하려다가 이를 저지하는 청원경찰에게 무력을 행사하고 있다. [동영상 캡처 ]

‘고용세습’ 의혹을 받는 서울교통공사에서 퇴직자 7명의 친인척(4촌 이내)이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17일 유민봉 의원 측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11월 ‘국회 자료 제출’ 시스템에 ‘교통공사 전·현직 직원의 자녀·친인척 중 정규직 전환 대상인 무기계약직’을 등록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유 의원 측이 교통공사의 채용 비리 의혹을 제기하면서 교통공사가 자료를 등록한 것이다.

유민봉 의원, 교통공사 자료 인용 #공사는 그간 “퇴직자 조사 어렵다” #“진실 밝혀져 눈물” “다 같이 제보” #직원들, 게시판에 고용세습 비판 글

유 의원 측은 “교통공사는 이 자료를 등록해 놓고 따로 연락하지 않았다. 17일 국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견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교통공사는 지난 3월 조사한 직원의 가족·친인척 108명의 자료를 유 의원 측에 제출하면서 ‘퇴직자는 조사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퇴직자는 근로계약 종료 때 개인정보를 파기토록 돼 있는 근로기준법령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행정안전부의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관련 정보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퇴직자 7명의 친인척인 정규직 전환 대상자’를 살펴보면, 정규직 전환 대상자인 한 사업소의 A씨는 퇴직자 B씨(3급)의 가족이었다. 역시 정규직 전환 대상자인 C씨는 퇴직자 D씨(2급)의 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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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서울교통공사의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해 “감사원의 감사 결과 혹시라도 문제가 드러난다면 이를 바로잡기 위한 서울시 차원의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도 같은 날 입장을 밝혔다. 교통공사는 지난 3월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의 가족·친척 108명의 입사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이 중 34명은 2016년 5월 구의역 사고 이전에 이미 입사했다고 했다. 하지만 74명(68.5%)은 구의역 사고 이후에 채용됐다고 했다.

17일 김용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이 공개한 영상. 지난해 11월 서울교통공사 노조원들이 성동구 본사에서 정문 점거용 천막을 설치하려다가 이를 저지하는 청원경찰에게 무력을 행사하고 있다. [동영상 캡처 ]

17일 김용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이 공개한 영상. 지난해 11월 서울교통공사 노조원들이 성동구 본사에서 정문 점거용 천막을 설치하려다가 이를 저지하는 청원경찰에게 무력을 행사하고 있다. [동영상 캡처 ]

야당과 교통공사의 일부 직원들은 “구의역 사고 이후 직원의 가족·친척이 정규직 전환을 노리고 대거 입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구의역 사고 이후 사내에선 이미 ‘무기계약직으로 입사하면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면서다.

교통공사에 따르면 74명 중 36명은 자회사의 직원을 뽑는 ‘제한경쟁’을 통해 입사했다. 나머지 38명은 일반인이 대상인 ‘공개경쟁’을 통해 들어왔다. 교통공사 관계자는 “‘제한경쟁’ 방식으로 뽑은 직원 36명에 대해선 채용 과정에서 가족 여부를 분석해 직원의 가족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36명에 대해선 사측이 직원의 가족인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통공사 측은 “36명 중 외주사의 공개채용을 거친 30명은 바로 채용했고, 공개채용을 거치지 않은 6명에 대해선 변호사·노무사 등으로 구성된 외부 전문가 5인이 엄정하게 심사했다”고 말했다.

반면에 교통공사 측은 “일반인 공개경쟁으로 들어온 38명은 가족관계를 서류에 기재하지 않고 블라인드 면접이어서 파악이 불가능했다”고 했다. 공개경쟁의 경우 역무 지원, 자동차 경정비 등 일부 직군에는 경력·자격 등의 제한이 없었다.

이날 교통공사 인사처장(1급)의 부인이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됐지만 교통공사 직원의 가족 108명 명단에는 누락돼 또 다른 논란이 일었다.

인사처장의 부인은 2001년 당시 서울도시철도공사(서울교통공사 통합 이전)의 기간제(식당 찬모)로 입사한 후 2008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이후 지난 3월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인사처장은 올 1월 인사처장으로 발령났다. 노조가 무기계약직 1285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합의한 건 지난해 말이었다.

서울교통공사 사내 익명 게시판에는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한 300여 개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눈물이 납니다. 진실을 밝힐 수 있어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지 말라’ ‘다 같이 제보하자’ ‘성과급 0% 받아도 좋다. 이 기회에 적폐 청산하자’는 글이 올라왔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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