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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인데" 허 찔린 전북지사…검찰 '선거법 위반' 직접 부르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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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진 전북도지사가 지난 8월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민선7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일자리 정책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하진 전북도지사가 지난 8월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민선7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일자리 정책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하진(66) 전북도지사가 허를 찔렸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압도적 표 차이로 재선에 성공했지만, 검찰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그를 '피의자 신분'으로 부를 가능성이 커져서다.

전주지검 "송하진 지사 수사 마무리 단계" #민주당 경선 '라이벌' 김춘진 전 의원 고발 #법조계 "국감 이후 '피의자 소환' 불가피" #검찰, 고발 내용 위법성 판단 위해 검토

전주지검은 16일 "송 지사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 단계"라고 밝혔다. 김관정 전주지검 차장검사는 "인적·물적 조사를 모두 마친 만큼 다음 달 중순까지 기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송 지사는 지난 4월 당내 경선 라이벌인 김춘진(65) 예비후보에 의해 고발됐다. 올해 음력설(구정) 전날(2월 15일) 전북도민을 상대로 자기 업적을 소개하는 문자를 대량으로 발송하고, 경선 이후엔 민주당원에게 '투표해 달라'며 선거 여론 조사 결과가 담긴 문자 수천 건을 보낸 혐의다.

송 지사가 같은 고향(김제) 출신이자 전주고·고려대 후배인 한 기초단체장 예비후보를 지지해 달라는 문자를 보낸 것도 고발 내용에 포함됐다. 3선 국회의원이자 민주당 전북도당 위원장을 지낸 김 예비후보는 당시 "송 지사가 예비후보 등록 없이 전주 시내 한 상가에 설치한 선거사무소는 '불법 유사기관'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송 지사 측에선 "'당내 경선 준비를 위한 사무실 설치는 무방하다'는 선관위 답변을 받았다"고 반박한 바 있다.

당초 지역 정가에선 "검찰이 여당 소속이자 현역 재선 광역단체장을 건드릴 수 있겠느냐"며 '무혐의'에 무게를 두는 여론이 우세했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선 '대충 넘기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감돈다. 호남 선거에서 '민주당 공천=당선'이라는 인식 탓에 후보들이 투표권을 가진 시민 대신 공천을 좌우하는 당권자나 당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이는 풍토를 검찰도 잘 알고 있어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민선7기 시·도지사 간담회'에 앞서 17개 시·도지사들과 함께 손을 맞잡고 일자리 협력을 다짐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뒷줄 왼쪽이 송하진 전북지사.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민선7기 시·도지사 간담회'에 앞서 17개 시·도지사들과 함께 손을 맞잡고 일자리 협력을 다짐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뒷줄 왼쪽이 송하진 전북지사. [연합뉴스]

이 때문에 검찰이 송 지사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최종적인 유·무죄를 판단하기 위해선 당사자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소환 시기는 전북 지역 국정감사가 끝나는 이달 말로 점쳐진다. 송 지사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나가 피의자 조사를 받는다면 1995년 유종근(1, 2회 지방선거 당선), 강현욱(3회), 김완주(4, 5회 연임) 등 역대 민선 전북지사 중 처음이다.

익명을 요청한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고발 내용 자체가 입증이 어렵지 않기 때문에 검찰이 송 지사를 부른다면 기소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송 지사가 압도적으로 당선된 만큼 (문제가 된) 이 행위가 없었더라도 당선은 확실해 법원에 가더라도 당선 무효형이 선고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실제 송 지사는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70.57%의 득표율로 압승했다. 공직선거법상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의 당선 무효형은 벌금 100만원 이상이다. 검찰의 소환 움직임에 송 지사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송 지사의 한 측근은 "고발 내용에 사실이 아닌 부분이 많지만,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대응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말을 아꼈다. 현재까지 송 지사 캠프 관계자 중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사람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도 신중한 입장이다. 송 지사를 안 부르고 수사를 마치면 고발인 측에서 '봐주기 수사'라고 불만을 터트릴 수 있고, 반대로 혐의가 없는데 불러 조사하면 '망신주기 수사'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어서다. 김 차장검사는 "합리적 결론을 내려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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