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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서 렌터카 빌리기 어려워진다 …제주도, 7000대 감차하기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25일 낮 12시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일출봉 주차장에 가득 들어찬 렌터카들. 최충일 기자

지난달 25일 낮 12시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일출봉 주차장에 가득 들어찬 렌터카들. 최충일 기자

추석 연휴였던 지난달 25일 낮 12시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일출봉 주차장. 연휴기간 관광객들이 몰고 온 차량들이 빈자리 없이 꽉 들어차 있다. 이 중 대부분이 타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빌린 렌터카였다. 현장에서 만난 박지민(34·용인시 보정동)씨는 “마을 곳곳에 알려지지 않은 명소가 많은 제주 관광을 위해선 버스 등 다른 교통수단보다 렌터카가 편리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차를 빌렸다”며 “너도 나도 모두 렌터카를 타서 그런지 관광지마다 주차를 하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렌터카 도로 점유율 70%대, 혼잡 원인 지목 #올해 3500대, 내년 6월까지 3500대 추가 감차 #

지난달 20일 낮 12시 제주도 제주시 애월읍 한 마을 안길에 진입중인 렌터카. 최충일 기자

지난달 20일 낮 12시 제주도 제주시 애월읍 한 마을 안길에 진입중인 렌터카. 최충일 기자

이날 오후 제주시 애월읍 한담해안도로도 좁은 골목길을 렌터카가 꽉 채웠다. 이곳은 5년 여 전부터 연예인 등 카페들이 들어서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모으고 있는 지역이다. 제주도민 송연진(25)씨는 “제주에서 운전을 하다 보면 출퇴근 시간에도 렌터카가 너무 많아 출퇴근에 지장이 있을 정도”라며 “관광 발전도 좋지만 시민 불편도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낮 12시 제주도 제주시 애월읍 한 마을 안길에 진입중인 렌터카. 최충일 기자

지난달 20일 낮 12시 제주도 제주시 애월읍 한 마을 안길에 진입중인 렌터카. 최충일 기자

이렇게 렌터카 과잉공급이 교통문제를 야기하자 제주도가 렌터카 총량제 카드를 꺼냈다. 제주도는 15일 “과잉 공급된 제주도 렌터카를 내년 상반기까지 신규 등록 제한과 노후차 감차 등을 통해 7000대 가량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감차 대수를 7000대로 정한 건 제주도가 제주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차량 증가에 따른 수용 능력 분석 및 수급관리 법제화’ 용역 결과, 제주도 렌터카의 적정 운행대수가 2만5000대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제주에서 운행 중인 렌터카는 3만2053대로 적정대수 보다 7053대 많다.

지난달 25일 낮 12시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일출봉 주차장에 가득 들어찬 렌터카들. 최충일 기자

지난달 25일 낮 12시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일출봉 주차장에 가득 들어찬 렌터카들. 최충일 기자

제주도내 등록 렌터카 수는 2013년 1만6423대, 2014년 2만720대, 2015년 2만6338대, 2016년 2만9596대, 2017년 3만2053대로 증가했다. 제주도는 이 수치가 2025년에는 5만151대로 72%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제주를 찾은 관광객의 62.5%가 렌터카를 이용하는 상황이라 규제가 없으면 렌터카 수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송규진 제주교통연구소장은 “렌터카는 제주도내 관광지를 하루 종일 돌아다니는 특성상 도로 점유율이 70%에 달해 출퇴근 차량 위주의 일반승용차보다 훨씬 더 제주도로 교통혼잡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낮 12시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일출봉 주차장에 가득 들어찬 렌터카들. 최충일 기자

지난달 25일 낮 12시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일출봉 주차장에 가득 들어찬 렌터카들. 최충일 기자

제주도는 1차적으로 올해 말까지 7000대 중 절반에 해당하는 3500대에 대해 자율 감차를 추진한다. 나머지 3500대는 내년 6월말까지 감차하기로 했다. 렌터카 보유대수가 100대를 넘어서는 업체의 경우 감차대상이 되며 차량보유대수별로 구간을 정해 감차율을 차등 적용한다. 예를 들면 보유 렌터카 수가 201~250대인 업체의 경우 21%의 감차율이, 250~300대 인 경우 22% 감차율이 적용된다. 보유차량이 50대 늘어나면 감차율이 1% 오르는 방식이다. 단 101~200대 구간의 경우 차량 5대 당 1%씩 감차율이 상승한다.

지난달 25일 낮 12시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일출봉 주차장에 가득 들어찬 렌터카들. 최충일 기자

지난달 25일 낮 12시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일출봉 주차장에 가득 들어찬 렌터카들. 최충일 기자

제주도는 차량 감차를 업체의 자율감차에 맡기되 부득이한 경우 개·폐차를 제한하고, 위원회 심사를 통한 차량운행 제한에 나서기로 했다. 또한 업체별로 수급 조절목표를 세우되 불가피하게 업체를 분할해야 하는 경우 1회에 한해서만 분리가 가능토록 했다.

최근 한 제주도민이 렌터카 번호판을 정비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최근 한 제주도민이 렌터카 번호판을 정비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렌터카 감축 계획에 따른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제주도 렌터카 업계는 초과 공급으로 인한 업체간 과잉경쟁을 해소할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관광객들은 렌터카 숫자가 줄어들면 상대적으로 차량을 구하기가 힘들어지고 가격이 올라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렌터카로 제주를 여행한 송재혁(34·김해시 구산동)씨는 “렌터카 숫자가 줄어들면 지금보다 렌터카 대여료가 오르고 성수기에는 더 구하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반면 일부 대형 업체들과 소비자들은 렌터카를 줄이면 그 부담이 소비자에게 돌아갈 우려가 있다며 반대 입장이다. 또 업체의 보유 렌터카 대수가 많을 수록 줄여야 하는 차가 많아져 감차가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다.

지난달 25일 낮 12시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일출봉 주차장에 가득 들어찬 렌터카들. 최충일 기자

지난달 25일 낮 12시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일출봉 주차장에 가득 들어찬 렌터카들. 최충일 기자

제주도는 지난 3월 신설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에 따라 도내 차량 운행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번 렌터카 총량제는 자동차 관리법상의 ‘자동차 운행제한’ 권한이 국토교통부 장관에서 제주도지사로 이양된 데 따른 조치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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