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흉터 드러낸 영국 공주의 특별한 웨딩드레스

중앙일보

입력

웨딩드레스를 입은 유지니 빅토리아 헬레나 공주의 뒷모습. 등의 흉터가 선명하게 보인다. [AP=연합뉴스]

웨딩드레스를 입은 유지니 빅토리아 헬레나 공주의 뒷모습. 등의 흉터가 선명하게 보인다. [AP=연합뉴스]

많은 신부에게 어떤 웨딩드레스를 입을지는 큰 고민거리다. 달라붙는 머메이드 라인을 입을지, 퍼지는 A라인 치마를 입을지, 혹은 길이가 짧은 미니드레스를 입을지, 반짝이는 비즈가 많은 디자인을 고를지 등이다.

이 고민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신의 단점은 가리고 장점을 드러내는 데 있다. 그러나 영국 왕위 계승 서열 9위인 유지니 빅토리아 헬레나(28) 공주는 일부러 자신의 수술 흉터를 드러내는 드레스를 선택했다.

12일(현지시간) 유지니 공주는 윈저성 왕실 전용 예배당 세인트 조지 채플에서 런던 상류사회를 대상으로 와인 도매업 등의 사업을 하는 잭 브룩스뱅크(32)와 결혼식을 올렸다.

유지니 공주는 영국의 유명 디자이너인 피터 필로토와 크리스토퍼 데 보스가 디자인한 등이 깊게 파인 디자인의 드레스를 입었다. 그는 결혼식 전 자신의 흉터를 드러내는 것을 강조했다고 한다.

유지니 영국 공주와 남편 잭 브룩스뱅크가 12일(현지시간) 윈저성 세인트 조지 채플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REUTERS=연합뉴스]

유지니 영국 공주와 남편 잭 브룩스뱅크가 12일(현지시간) 윈저성 세인트 조지 채플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REUTERS=연합뉴스]

유지니 공주는 12살 때 척추가 심하게 휜 척추측만증을 고치기 위해 수술을 받았다.

그는 영국 방송 ITV의 ‘오늘 아침’에 출연해 “심한 척추측만증을 고치는 것을 도와준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며 “척추측만 증상을 가진 모든 분들께 힘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 상처를 공개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방식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람들에게 자신의 흉터를 보여줄 수 있고, 그것을 해내는 건 매우 특별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유지니 공주의 의료진이었던 척추 전문의 잰 레호브스키는 “척추측만증 환자의 대부분은 어린 소녀들인데, 유지니 공주가 이 환자들에게 롤모델이 돼주었다”고 말했다.

척추측만증은 ‘S형’ 곡선을 이루는 척추가 여러 원인으로 인해 꼬이고 굽어져 휜 상태를 말한다. 청소년기 전체 인구의 약 1.5~3%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 척추측만증이 발견될 정도로 드물지 않은 병이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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