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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전 이산가족 찾기 … 사진에 옮긴 TV속 눈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605호 30면

이산가족

이산가족

이산가족
맹문재 지음
육명심 사진, 열화당

올 봄 육명심 작가가 내게 사진을 보여주었다. 이산가족 얼굴이 담긴 사진이었다. 특이한 사진이 더러 있었다. TV 화면을 찍은 것들이었다. TV 주사선이 사진을 가로지르기도 했다. 이를테면 TV 화면 복사였다. 사진가로서 지금껏 그가 선보였던 것과 확연히 달랐다.

예술이냐는 의문이 들었다. 그때 그가 내게 사진이 어떠냐며 물었다. 선뜻 답을 못하고 사진만 들여다봤다. 여느 것과 다른 사진을 보다 보니 어느새 35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랐다.

1983년 헤어진 가족을 찾기 위해 KBS로 나선 사람들. 10만여 명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열화당]

1983년 헤어진 가족을 찾기 위해 KBS로 나선 사람들. 10만여 명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열화당]

1983년 KBS ‘이산가족 찾기’ 마당이었다. 눈물 콧물 범벅인 채 서로 비비던 얼굴들, TV 카메라 앞에서 목놓아 외치던 만세 소리, 빼곡한 벽보를 하염없이 응시하던 눈빛이 스쳤다. 뇌리에 각인 되었으나 잊었던 장면이었다. 단지 복사된 TV 화면이 35년의 시간 여행을 하게 했다.

기록하고 보존해서 후세에 전해야 한다는 게 그의 뜻이었다. 이를 보존하지 않으면 사진가로서 후세에 대한 직무 유기일 것이며, 준엄한 단죄를 면할 수 없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그 사진들이 『이산가족』으로 엮인 게다. 담긴 건 그리움의 켜가 쌓이고 쌓인 얼굴들, 우리 민족의 얼굴들이다. 이로써 사진가 육명심의 직무유기는 무죄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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