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북서 "회복세" 문구 빠졌다…정부 10개월째 낙관론에서 입장 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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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 연속 “경제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낙관론을 피력하던 정부가 입장을 바꿨다. 국내외 주요 기관이 한국에 대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하향 조정하는 등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획재정부는 12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0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ㆍ소비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나 투자ㆍ고용이 부진한 가운데 미·중 무역갈등 심화, 국제유가 상승 등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9월까지 10개월 연속 우리 경제의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을 내놨지만, 이번 달에는 그 판단을 버린 것이다.

그린북은 매달 초 기재부가 발표하는 경기진단 보고서다. 책 표지가 녹색이어서 그린북으로 불린다. 이에 앞서 KDI도 지난달 발표한 ‘KDI 경제동향’ 9월호에서 ‘경기개선 추세’라는 문구를 삭제하며 경기 하락을 시사했다.

이번 그린북에는 “고용이 부진”이라는 표현이 새로 담겼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이 2010년 이후 최장 기간 10만명대 이하를 기록하고, 실업자 수는 2000년 이후 최장으로 100만명을 넘는 등 고용 한파가 지속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그린북 7월호에 처음 등장한 ‘불확실성 확대’라는 표현이 이달에도 담겼다.

그린북 10월호에 따르면 9월 취업자는 1년 전보다 4만5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8월 증가 폭(3000명)보다는 개선됐지만, 8개월 연속 10만명대 이하다. 실업자는 102만4000명으로 9개월 연속 100만명을 넘어섰다.

9월 수출은 505억8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8.2% 줄었다. 추석 연휴에 따른 조업일 감소(4일)에 따른 영향이지만, 일평균 수출은 5개월 연속 증가하면서 역대 최고 수준인 25억9000만 달러를 기록해 양호한 상황이라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8월 설비투자는 운송장비 투자가 증가했지만 기계류 투자가 줄면서 전달보다 1.4% 줄면서 6개월 연속 내리막이다. 이는 외환위기 때인 1997년 9월∼1998년 6월까지 10개월 연속 감소를 기록한 이후 약 20년 만에 최장 기간이다. 건설투자(건설기성) 역시 건축과 토목 공사 실적이 모두 줄어 전달보다 1.3% 감소했다.

정부는 세계 경제 성장이 지속하고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는 점은 긍정적인 요인이지만, 고용상황이 미흡한 가운데 미·중 무역갈등 지속,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국제유가 상승 등 위험요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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