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팔아 기부, 63살 시골義人→"영주 사람 이대성 맞니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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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의인, 기부 천사로 불리는 경북 영주에 사는 이대성씨. [사진 경북 영주시]

시골 의인, 기부 천사로 불리는 경북 영주에 사는 이대성씨. [사진 경북 영주시]

 지난달 27일 경북 영주시 영주1동 주민센터. 오른 다리를 절룩이는 한 60대 주민이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익숙한 듯 공무원에게 다가갔다. "얼마 안되니더. 이웃들 도와 주시소"라며 주머니에서 5만원권 한장을 꺼냈다. 그러곤 환하게 웃으며 "뭐 문제 있니껴. 10월 말에도 또 그 다음번에도 계속 5만원씩 모아 올테니, 잘 전해주세이. 고맙니데이"라고 했다.

60대 주민은 폐지를 수거해 파는 일을 하는 영주 1동에 사는 이대성(63)씨다. 그는 2016년 12월부터 이렇게 매달 한차례 동 주민센터를 찾아 5만원씩을 전하고 있다. 이 돈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평소 골목 등지에서 흩어진 폐지를 하나둘 모아 팔아 마련한 돈이다. 폐지 1㎏을 주워 가져가면 30원 정도를 받는다.

그의 이웃돕기는 이게 전부가 아니다. 장학금도 여러 차례 전했다. 2014년 100여만원을 시작으로 2015년에도 70여만원의 장학금을 기탁했다. 2016년과 지난해에도 160만원과 120만원의 장학금을 동 주민센터에 전달했다. 지난 8월엔 영주시인재육성장학기금으로 100만원을 내놨다. 2010년부터 매년 김장 비용으로 200여만원을 따로 준비해 어려운 이웃들의 반찬까지 챙기고 있다. 김치가 사계절 내내 곁에 두고 먹을 수 있는 반찬이라는 생각에서다.

시골 의인, 기부 천사로 불리는 경북 영주에 사는 이대성씨. [사진 경북 영주시]

시골 의인, 기부 천사로 불리는 경북 영주에 사는 이대성씨. [사진 경북 영주시]

영주에서 이씨는 '시골 의인', '기부 천사'로 통한다.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으면서도 더 아껴 어려운 이웃을 챙겨서다. 그는 15만원씩을 내는 월세방에 부인과 산다. 부인 역시 장애인이다. 부부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다. 월 99만원 정도의 정부 보조금을 받아 생활한다. 그가 이웃을 돕기 위해 숱한 발품을 팔고, 한 푼이라도 더 아끼며 생활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씨가 이렇게 이웃을 챙기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그는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았다.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못했던 이씨는 제때 치료를 받지 못했고, 결국 오른 다리와 오른팔이 불편해졌다. 경제적인 이유로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씨는 "가난했고, 공부 못한 게 가슴에 상처로 남아 있다.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챙기고, 장학금을 폐지를 주워가며 기탁하는 이유다"고 말했다. 그는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폐지를 주워다 팔아 어려운 이웃을 계속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안동=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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