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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한글 그 매력적 디자인에 눈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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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소설 '대지'의 작가 펄 벅은 "한글과 견줄 만한 언어는 세계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한글의 과학성과 아름다움에 이제야 눈을 뜬 것일까요. 동남아에서는 한글이 적힌 자동차.휴대전화.의류가 인기상품이고, '한글이 멋지다'는 이유로 한글 문신을 새기는 서양 젊은이도 있다고 하네요.

자음과 모음의 과학적 결합, 감성까지 담아낼 수 있는 필체 등 한글의 매력을 활용한 문화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한글 디자인을 넣은 패션이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가 하면, 한글 필체를 디지털화한 디지털 한글폰트도 젊은층의 새로운 문화코드로 떠오르고 있다죠. 한글의 매력에 대한 재발견입니다.

◆ "한글도 훌륭한 디지털 콘텐트"=대한투자증권 광고는 국내 광고 최초로 '한글 타이포그래피'기법을 도입했다. 회전하는 글자 하나하나가 흩어졌다 모였다 하면서 점차 사람 얼굴이 된다는 내용이다. 독일 출신의 올리버 그림(영상애니메이션과) 홍익대교수가 타이포그래피 작업을 했다. 광고대행사 웰콤의 정원화 부장은 "이번 작업을 하면서 한글도 알파벳 못지않은 훌륭한 타이포그래피 소재라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삼성화재 광고는 사고, 질병 등의 단어가 빗방울처럼 모델 한석규의 어깨에 떨어져 부서지는 모습을 입체적으로 형상화했다. 제일기획 장종철 차장은 "한글 단어가 자음.모음.받침으로 부서지는 모습을 3D기법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광고 메시지를 강렬하고 명료하게 전달할 수 있는 타이포그래피 소재로서 한글의 매력에 광고계가 눈을 뜨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미니홈피나 휴대전화 등에서도 한글은 매력적인 디지털 콘텐트로 각광받고 있다. 자신만의 개성과 감성을 담은 한글폰트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꼬맹이체. 완두콩체.방울이체 등 다양한 형태의 '글꼴' 아이템이 계속 개발되고 있다.

87종의 글꼴 아이템을 판매하는 싸이월드의 경우 글꼴 구매자가 하루 평균 2만 명에 달한다. SK커뮤니케이션즈 권창현 부장은 "예쁜 한글폰트를 선호하는 추세와 감성적으로 개성을 표현하려는 욕구가 맞물려 독특한 모양의 글꼴 아이템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유명 스타들의 필체를 디지털 폰트화한 '스타폰트'도 인기다. 초기 문근영체.현빈체.이효리체 등에서 손예진체.윤도현체.비체.박한별체 등 20여 개로 늘어났으며, 인기 스타의 부상에 따라 스타폰트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스타폰트는 스타의 필체에 스타의 이미지 등 마케팅적 요소를 가미해 만들어진다. 문근영체가 아기자기한 소녀적 느낌을 주고, 윤도현체에서 남자다운 박력이 느껴지는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스타매니지먼트 업계 관계자는 "스타폰트가 인기를 끄는 것은 같은 필체를 통해 스타와 감성을 공유하고 싶은 욕구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스타폰트에 스타의 아이콘을 넣은 스타 '딩벳폰트'도 등장했다. 월드컵 이미지가 강한 윤도현의 폰트에 메가폰 모양의 그림이나 손바닥 박수 이미지를 넣는 식이다. 스타폰트를 최초로 개발한 윤디자인 연구소의 강진희 과장은 "한글폰트는 심미적 특징과 정보 전달력을 함께 갖추고 있는 훌륭한 콘텐트"라며 "글꼴 디자인을 통해 감성적인 요소까지 전달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디자인계와 미술계도 한글의 매력에 주목하고 있다. 디자이너 이상봉씨는 2월 파리 기성복 패션쇼에서 소리꾼 장사익과 화가 임옥상의 글씨체를 담은 한글 디자인 옷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이씨는 "한글이 예술적 가치가 있을 뿐 아니라 감성 전달에도 효과적"이라며 "외국인들은 한글을 아름답고 모던한 느낌을 주는 하나의 예술품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국 바이어들이 옷에 한글 디자인을 넣어 달라고 먼저 요구할 정도"라며 "한글을 새겨 넣은 넥타이.티셔츠.스카프 등도 내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가 김반석씨도 4월 한글의 자음과 모음의 선으로 그려진 '글그림'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그림 속에 한글 모양이 그대로 보이면서 그림의 주제와 제목을 반영하는 독특한 시도였다.

◆ 월드컵 티셔츠도 한글 바람= 월드컵 응원 티셔츠도 한글 바람이 거세다. 영어 대신 한글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하나 된 응원을 하자는 움직임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실제로 'Be The Reds' 등 영어 일색이었던 2002년과 달리 '대한민국' '투혼' '다시 한번 대~한민국, 독일에선 결~승까지' 등 한글을 새겨 넣은 월드컵 티셔츠가 쏟아지고 있다.

안중근 의사 초상화가 그려진 응원복에는 '아! 동포들이여'란 한글 슬로건이 새겨져 있다. 아리랑 응원단의 응원 티셔츠에는 '아리랑전사'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으며, 레즈컴퍼니가 내놓은 응원 티셔츠는 왼쪽 소매에 '대한민국'이 굵직한 글씨체로 찍혀 있다. 축구대표팀 유니폼 상의 옆구리 하단에도 '투혼'이라는 단어가 새겨져 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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