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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레이건과 「다른 색깔 찾기」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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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0일 낮부터 백악관주인이 바뀐다. 「조지·허버트·워커·부시」(64) 는 이제 제41대 대통령으로서 미국의 국가원수, 군최고통수권자, 외교정책수립자, 행정부수반, 최고입법책임자, 당지도자, 최고정치인으로서 국가정책의 우선 순위 등을 결정·집행하게 된다.
이 같은 미국정치의 슈퍼맨이며 아울러 자유세계의 가장 강력한 리더역할을 떠맡은 「부시」가 지금부터 실천에 옮기려는 과제는 그러나 우선 대통령으로서의 색깔과 개인적 스타일을 정하는 일이다. 종종 미국대통령의 스타일 변화는 국민의 생활 자체에도 영향을 미쳐왔다.
골프광 「아이젠하워」시절 골프장 건설붐이 일었고, 「케네디」의 어린 아들 「존·존」 등장으로 미국인의 어린이 사탕이 부각됐고, 수영 등으로 생활의 여유를 즐긴 「포드」를 본받아 시민들도 워터게이트사건의 흥분으로부터 해방을 추구할 수 있었다.
새 백악관 주인 「부시」부부가 조성하려는 인상은 부드러움과 편안함이다. 선거과정에서 그는 정치적인 의미까지 포함시켜 『좀더 친절하고 좀더 점잖은』국가를 표방했다.
「부시」는 당선이 결정되는 순간 플로리다에서 낚시를, 텍사스에서 메추리사냥을 즐기면서 편안한 서민상을 부각시키려 하고 있고 백발과 여유 있는 몸매로 벌써부터 「미국인의 어머니」자리를 굳히고 있는 부인 「바버라」여사는 30여 명의 손자들이 백악관 내실을 뛰어다니도록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부시」가 이처럼 상징적으로 모색하고 있은 변화는 다른 말로 하자면 전임자 「로널드·레이건」으로부터의 탈퇴를 의미하는 것이다. 「부시」가 국민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비록 그가 「레이건」의 유산 덕분에 당선되기는 했지만 자신은 스타일과 철학에 있어서「레이건」과 다른 사람이라는 것이다.
물론 「부시」주변참모들도 「레이건」때와 마찬가지로 주로 부자들, 미국판 귀족들이다. 그러나 「레이건」패들이 주로 캘리포니아출신의 신흥부자들인데 비해 「부시」패들은 뿌리가 깊은 동부의 오랜 부자들이다. 미국표현으로 『이스태블리시먼트』들이다. 「부시」자신이 동부명문 예일대출신이며 돈 많은 은행가이자 상원의원이었던 「귀족」의 아들이며 집안의 풍성한 재산을 바탕으로 스스로 텍사스석유사업에 성공했던 배경을 고려할 때 이는 어쩌면 자연스런 현상일지도 모른다.
아일랜드 출신으로 많은 재산을 쌓고 주영대사 등 정치기반을 닦은 아버지를 바탕으로 보스턴에서 정치 아성을 구축, 대통령에 오른 「케네디」만 빼놓고 「부시」는 그 이전 어느 대통령보다 이미 사회적·정치적 신분에 있어서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앞서 있었던 사람이다. 「존슨」이 텍사스 한 촌출신이었고, 「닉슨」이 일개 캘리포니아 변호사였으며 「포드」가 미식축구선수였고, 「카터」가 땅콩도매상이며 「레이건」이 영화배우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지미」는 당선 전부터 인사이더들을 몰아내고 아웃 사이더를 불러들여 워싱턴의 얼굴을 바꾸겠다고 약속했고, 「레이건」도 참모진을 캘리포니아사단으로 구성하고 「프랭크·시내트라」 등 할리우드 명사들을 백악관식탁에 끌어들였다.
「부시」참모진을 가리켜 미언론은 『벨트웨이 팀』이라고 호칭한다. 각료와 백악관 고위 비서진이 대부분 워싱턴 시내를 둘러싸고 있는 환상도로 안쪽에 살고 있는, 워싱턴정치의 인사이더들이라는 뜻이다.
하버드·예일·매사추세츠공대 등 동부명문교출신의 백인들로서 이미 연방정부 등에서 실력을 갈고 닦은 프로페셔널이 대부분이다. 30여 명에 가까운 각료·참모 중 신참들은 서너 명에 불과하다.
국민적 인기를 바탕으로 한 카리스마를 갖추고, 인플레 억제 및 대소국방력 열세회복 등 화급한 정책과제를 해결해야 했던 상황 때문에 강력한 지도력을 실천해야 했던 「레이건」과 대조적으로 「부시」는 정무처리에 있어서 지속성 있는 정책을 추구하는 온건한 실용주의노선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부시」는 선거전후 계속 『본인은 「레이건」행정부의 일부였으며 따라서 앞으로도 급격한 정책전환의 필요가 있을 것 같지 않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직무수행자세에 있어서는 매우 적극적인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레이건」이 대부분의 국사를 참모들에게 일임하는 『거시적 (매크로) 관리자』였고 「카터」가 『미시적 (마이크로) 관리자』였다면 「부시」는 『유능한 관리자』가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경험적으로 볼 때 미대통령은 국내문제보다는 대외문제 쪽에서 「유능한 관리자」로 성공한다. 「닉슨」의 월남전종결과 중국과의 수교, 「카터」의 파나마운하협정과 중동평화협정, 「레이건」의 대소핵무기협정 등이 그 예들이다.
「부시」도 임기 초기에는 외교정책에 더 많은 관심을 나타낼 것 같다. 당장 해결될 성질이 아닌 재정적자를 제외하면 비교적 국내문제가 조용해 국민적 초미의 급무가 적은 반면 대외부문에는 해결되지 않은 외교문제들이 산적해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사·CIA국장·부통령 등 경력으로 외교는 그 의전문분야라고 생각하고 있은 것이다. 「레이건」정책을 지속시킨다고 하지만 산뜻한 새 출발을 보여야하는 「부시」로서는 대내적으로는 선거로 악화된 대민주당·의회와의 관계를 개선하면서 대외부문에서 리더십을 부각시키려 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한남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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