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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타’ 전인지 만루홈런...인터내셔널 크라운 한국 첫 우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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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개막 직전 공식인터뷰에서 웃으며 답변하는 전인지는 "속마음은 타들어갔다"고 했다. [연합뉴스]

대회 개막 직전 공식인터뷰에서 웃으며 답변하는 전인지는 "속마음은 타들어갔다"고 했다. [연합뉴스]

전인지가 새 매치 퀸으로 우뚝 섰다. 전인지는 7일 인천 송도 잭 니클라우스 골프장에서 벌어진 UL인터내셔널 크라운 최종일 싱글매치에서 스웨덴의 안나 노르드크피스트를 1홀 차로 꺾었다. 이로써 전인지는 이번 대회 4경기에서 모두 승리했다. 전인지는 유소연과 함께 포볼 3경기에 나와 모두 이겼다.

4경기 나와 전승...대회 역대 첫 기록 #한국 승점 15점으로 미국 꺾고 우승

인터내셔널 크라운에서 한 선수가 4경기 모두 승리한 것은 전인지가 처음이다. 인터내셔널 크라운의 강자인 유소연은 3승1무를 기록했다. 한국은 승점 15점으로 미국, 잉글랜드(이상 11점)을 꺾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전인지는 “이 골프장에서 KLPGA 대회 우승한 경험이 있는데, 마지막 홀 버디 퍼트를 남겨 두고는 그 때보다 더 떨렸다. 팀에게 승점을 줄 수 있어서 기뻤다”고 말했다.

인터내셔널 크라운에서 1번 시드로 결선에 올라온 팀이 우승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다른 팀들이 1위 팀을 견제하려고 최고 선수를 배치하기 때문이다. 태국은 아리야 주타누간, 미국은 렉시 톰슨을 한국전에 내보냈다. 스웨덴과 잉글랜드도 이번 대회 컨디션이 가장 좋은 선수를 배치했다.

전인지는 안나 노르드크비스트를 상대로 10번홀까지 4홀 차로 앞서는 등 쉽게 이기는 듯 했다. 그러나 노르드크비스트는 만만치 않았다. 전인지가 11번 홀에서 보기를 하면서 틈을 보이자 13, 15번홀에서 버디를 잡아 한 홀 차로 따라왔다. 전인지는 16번 홀에서 큰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전인지는 여기서 기어이 파세이브를 하면서 추격을 저지했다. 그리고 18번 홀에서 경기를 끝냈다. 전인지는 “어려운 코스였고 나는 보기가 하나 밖에 없었는데 안나가 아주 잘 했다. 16번 홀에서 파세이브를 한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전인지는 2016년 에비앙 챔피언십 이후 2년 넘게 우승을 못했다. 세계랭킹은 27위까지 떨어졌다. 이 대회도 박인비가 출전을 고사하고 최혜진, 고진영이 KLPGA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참가를 위해 역시 불참하면서 순서가 왔다. 대타의 대타의 대타였다.

전인지도 고민했다. 과거 스폰서였던 하이트컵에 나가기로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또한 홈에서 하는 국가대항전은 부담이 매우 많다. 한국 선수들의 세계랭킹이 높아 이기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데 실제로는 쉽지 않다. 우승을 못할 경우 큰 비난을 받는다. 그 부담 때문에 더 어려운 경기다.

전인지의 가장 큰 고민은 자신의 컨디션이었다. 지난 2년간 성적이 좋지 않았던 전인지가 출전했다가 패하면 “왜 나왔느냐”는 비난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전인지는 백의종군하기로 결정했다. 전인지는 “성실히 준비해서 한국 대표팀에 기여하고 UL 인터내셔널 크라운이 성공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경기에 참가했다. 그리고 참가 선수 중 유일하게 4전4승을 거두고 대한민국에 첫 우승을 안겼다.

전인지는 우승 후 인터뷰에서 "참가 여부 결정할 때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플레이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이기도 했는데 부담도 됐다. 2년 전 막내로 많은 도움이 못 돼서 미안한 마음이 컸다. 다시 막내로 나오니까 언니에게 힘이 되고 싶었고 한 샷 한 샷 팀 코리아를 위해 경기한다는 생각이었다. 일반 대회에서는 너무 많은 생각을 해서 성적이 안 따라와서 답답했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승점을 얻어낸다는 생각으로 몰입해 그 전에 추구하던 골프를 할 수 있었다. 남은 골프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믿고 우승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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