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영란법 과태료 우회 가능”…공직자 징계부가금 꼼수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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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을 위반한 공직자에게 과태료보다 수위가 낮은 징계부가금을 부과하는 방법으로 솜방망이 처벌을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 [연합뉴스]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 [연합뉴스]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청탁금지법 신고·처리 현황 중 징계부가금 세부현황’에 따르면 청탁금지법 시행 2년간 징계부가금 처분은 총 16건(5일 기준)인데, 이 중 10건은 수수 금액과 동일한 징계부가금이 부과됐다. 청탁금지법이 담고 있는 과태료 부과 기준(수수 금액의 2~5배)보다 낮은 수준이다.

2016년 9월부터 시행된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인에 한해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아도 1회 100만원(연간 300만원)을 초과한 금품을 받았다면 형사처벌(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1회 100만원 이하의 금품을 받았다면 수수 금액의 2~5배 수준으로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국가공무원법·지방공무원법은 공직자가 금전·물품·부동산·향응 등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공한 경우, 해당 금액의 5배 이내로 징계부가금을 부과할 수 있게 돼 있다. 결과적으로 과태료 하한인 수수 금액의 2배보다 더 적은 징계부가금을 부과하는 '사각지대'를 만든 꼴이다. 징계부가금을 부과하면 이중 처벌의 문제로 과태료는 부과할 수 없다.

이는 징계부가금 제도가 마련된 2010년 이후 청탁금지법이 제정되면서 둘 간의 충돌을 세심하게 들여다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종석 의원은 “징계부가금 도입 취지의 훼손과 악용 사례를 막기 위해서 국가공무원법의 징계부가금 부과 기준을 청탁금지법 과태료 부과 기준과 동일하게 적용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청탁금지법 [뉴스1]

청탁금지법 [뉴스1]

앞서 국회에선 공직자 징계부가금 제도의 실효성 문제도 제기돼 왔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공직자에게 부과된 징계부가금의 미납 실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재정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지방공무원 징계부가금 현황’에 따르면 전국 지방자치단체 공직자들에게 부과된 총 382억5000만원(1064건)의 징계부가금 중 88억2650만원(70건)은 미납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액 기준 전체의 23% 수준이다.

현행법상 징계부가금 미납액을 징수하려면 국가공무원은 국세, 지방공무원은 지방세 체납 처분 절차를 준용하도록 하고 있다. 징계부가금이 기본적으로 형법이 규정하는 형벌이나 과태료 등 행정벌이 아니라 징계벌 개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형벌인 벌금과 같이 노역장 유치 등 다른 수단으로 대체할 수 없다. 또 본인 명의의 재산이 없으면 징수를 강제할 방법도 없다. 이 의원은 “공직 사회의 악성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징계부가금 제도를 도입했지만, 막무가내로 버티면 속수무책인 실정”이라며 “악성 체납을 차단하기 위해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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