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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커플 논란 휩싸인 어린이 TV프로그램…제작사 입장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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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어니(왼쪽)과 버트(오른쪽)[세서미스트리트 공식 유튜브 화면 캡처]

주인공 어니(왼쪽)과 버트(오른쪽)[세서미스트리트 공식 유튜브 화면 캡처]

미국에서 50년 가까이 방영되고 있는 TV 어린이 인형극 '세서미스트리트'가 동성애 논란에 휩싸였다. 이 인형극 속 주인공인 '버트'와 '어니'가 동성커플 아니냐는 마니아들의 주장이 나오면서다.

논란이 확산하자 제작사인 세서미워크숍은 최근 '우리 주인공 버트와 어니는 게이가 아니다'라고 공식 발표했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1969년부터 시작한 세서미스트리트는 140개국 영어 교육용으로 활용될 만큼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로그램이다.

주인공 중 하나인 노란색 옥수수 모양 얼굴형에 까만 일자 눈썹을 가진 캐릭터 '버트'는 극단적으로 진지한 성격을 지녔다. 버트는 주황색 얼굴에 딸기코 모양의 '어니'와 함께 사는데 이 둘은 늘 티격태격한다. 엉뚱한 어니는 버트에게 늘 새로운 일을 제안하고, 버트는 냉정하게 거절하다가도 어니의 부탁에 못이겨 함께 일을 벌인다.

마니아 들은 이들의 관계가 커플 간에 보여지는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세서미스트리트 전 작가 마크 솔츠먼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버트와 어니는 동성커플이라고 늘 생각해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1985년부터 1998년까지 세서미스트리트 에피소드 31편을 집필한 마크는 "버트와 어니의 대본을 쓸 때면 늘 둘이 연인이라 생각했다"며 자신의 현실 속 관계가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현실 속 동성커플이었던 마크는 자신과 자신의 파트너가 버트와 어니로 불리기도 했다고 했다.

버트와 어니의 게이설 주장이 확산하자 제작사는 성명에서 "비록 버트와 어니가 남성으로 식별되고 인간과 비슷한 특징이 많지만, 그냥 인형일 뿐이다. 성적(性的) 지향성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버트와 어니는 아주 다른 사람들끼리도 사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미취학 어린이들에게 가르쳐 주기 위해 창작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제작사의 성명을 두고 일각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존재한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기회를 거부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세서미스트리트 내 버트와 어니의 관계가 오히려 아이들에게 다양성을 심어줄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한편 세서미스트리트는 1969년 미국 공영채널 PBS에서 시작한 어린이 대상 TV인형극으로 한 마을에 사는 엘모, 쿠키몬스터 등 캐릭터들의 일상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엮었다. 한국에서는 1980년대 AFKN(현 AFN)을 통해 방영하기 시작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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