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들 “이러다 중국에 점렴당하는 거 아니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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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나선경제특구 수산물 가공업체 [연합뉴스]

北, 나선경제특구 수산물 가공업체 [연합뉴스]

북한 주민들이 이러다 북한 경제가 중국에 완전히 종속되는 게 아니냐며 크게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자본의 침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장마당이나 상점에서 유통되는 화폐도 모두 중국 위안화뿐이라고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일(현지시간) 현지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을 인용해 “요즘 중국의 새로운 투자자들이 활발하게 북한에 진출하면서 북한 경제가 중국에 완전히 점령당하는 거 아니냐며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며 “투자형태도 과거와 달리 중국의 큰손들이 북한의 알짜배기 산업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과거 나선경제특구에 진출한 중국인 투자자 대다수가 조선족이었다”면서 “그러나 올해 들어 조선족 투자자는 점차 줄고 한족 자본가들이 북한의 중요한 사업체를 서서히 잠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요즘 건축부문이나 제조, 어업 등 식의주(의식주) 모든 영역에 걸쳐 중국의 새로운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예전에는 조선에 친인척이 있거나 조선의 경제에 관심이 있는 조선족 위주의 투자였다면 지금은 대규모 자본을 앞세운 중국의 큰손들이 몰려오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소식통은 이어 “한족 투자자들은 아파트를 신축하면서도 대규모 부지에 최신형 건축방식을 적용해 현대식 시설의 아파트를 건축하고 있다”면서 “이 밖에도 (북한)당국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공업, 농업, 과학기술, 가공, 무역 등 전반에 걸쳐 투자를 확대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함경북도의 다른 소식통은 요즘 나선경제특구의 장마당 분위기와 관련해 “마치 중국 현지 시장을 방불케 한다”며 “장사꾼과 주민들이 말만 조선말을 사용할 뿐 그나마 가끔 볼 수 있었던 북한 돈은 찾아보기 힘들고 오로지 중국 위안화로 거래가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소식통은 “위안화가 장마당의 공식 화폐로 자리 잡으면서 북한 주민들은 이 땅이 어느 나라 땅인지 모르겠다며 한탄한다”면서 “장마당에 나온 옷이나 먹거리도 대부분 중국산인 데다 통용 화폐까지 위안화로 점령당했으니 북한 경제가 중국에 종속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 이미 오래전 먹고 사는 문제가 중국에 종속되기 시작했다”며 “중국이 마음먹기에 따라 북한 경제가 얼마나 흔들릴 수 있는지 여러 번 경험했다”고 전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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