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북 정책에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미 상원 외교위원회 위원장으로 사실상 내정돼 있는 제임스 리시 의원(공화·75)은 "종전선언은 언제 하느냐의 문제이며, 종전선언으로 가는 데 저항(resist)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상원 외교위원장 내정된 리시 #“백악관과 매일 북한 문제 논의 #미 행정부, 북한과 비핵화 합의 땐 #의회 비준 필요하다는 데 동의 #북, 상응조치 요구는 내부 단속용”
리시 의원은 3일(현지시간) 워싱턴 DC의 러셀 상원 빌딩에서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2차 북·미 정상회담 시기와 관련해서도 백악관과 상의했는데, 멀지 않았다(It isn’t a long time away)"며 중간선거(11월 6일) 이전에 열릴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미 시기와 장소를 알고 있는 어투였다.
그는 또 일각에서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경제협력 관련 사안만 '대북 제재 면제'로 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데 대해 "(그 가능성이) 완전히 아닌 건 아니다. (북·미 간에는) 주고 받기(give and take)에 대해 얘기할 아주 많은 것들이 있다"며 북·미 협상의 진전에 따라선 논의될 수 있음을 밝혔다.
올 2월 독일에서 열린 뮌헨 안보회의에서 "코피작전(제한적 대북 선제타격)은 없다. 대북 공격이 시작되면 이는 문명사상 가장 재앙적인 사건 중 하나가 될 것이며 매우 빨리 끝날 것"이라며 전면전을 경고하기도 했던 리시 의원은 이날은 인터뷰 내내 "시간은 더 걸리겠지만 협상 성공에 대한 '믿음'과 '확신'을 갖고 있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의 대북 강경 입장에 상당한 변화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는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 백악관과 거의 '일 단위(daily)'로 북한 문제를 상의하고 있다고도 했다.
리시 의원은 다음달 상원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거의 모든 선거구에서 패배하는 '대이변'이 발생하지 않는 한 현 밥 코커 위원장의 뒤를 이어 내년 1월 3일 제116대 의회 개원 때부터 상원 외교위원장직을 맡게 된다. 다음은 리시 의원과의 주요 일문일답.
-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7일 4차 방북한다. 현재 한국과 북한은 종전선언을 원한다. 반면 미국 내에는 신중론도 있다.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 분명 그건 '주고 받기' 제안이다. 하지만 난 그것(종전선언)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문제는 언제 하느냐다. 다만 나는 그 지점, 즉 우리가 종전선언을 하는 곳에 가는 것에 저항할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건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일이다(It can be done. It should be done). 어떤 상황에서, 언제 (종전선언을) 할 지는 당국자들이 서로 논의하도록 하면 된다.
- 올해 중에 가능하겠는가.
- 그들(당국자)에게 빨리 하라고 압박하는 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난 현재 그 협상을 하는 이들을 잘 안다. 물론 대통령(트럼프)도 잘 안다. 난 그들이 그것을 이뤄낼 능력이 있다는데 완전한 믿음과 확신을 갖고 있다. 또 하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 모두 '한반도 비핵화'라는 최종적인 목표를 갖고 있고, 나아가 선의를 갖고 그것을 이행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이런 것들을 고려할 때 (종전선언) 합의에 이르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
- 지난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의 조건으로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까지 미국은 아무것도 양보한 게 없다"고 했다. 앞으로 미국은 비핵화를 위해 뭔가 포기할 수 있나.
- 먼저 (북한이) 그런 식으로 발언한 것은 북한 내부를 의식한 것으로 본다. 그런 발언들에 너무 큰 무게를 둘 필요는 없다. 미국은 미·북 협상 초기부터 그 어떤 것도 포기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그건 뭔가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다. 우리는 과거 북한과 두번이나 핵 협상을 해봤다. 그리고 두 번 모두 단지 협상을 계속하기 위해 중요한 것들을 포기해야만 했다. 즉 우리는 아주 심하게 이용당했다. 이런 것들 때문에 미국과 북한이 신뢰를 쌓는 데는 아직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앞으로 계속 신뢰를 쌓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바로 거기에 역사가 있다. 좋든 싫든 그걸 다뤄야 한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와 똑같은 사태가 반복되는 걸 원하지 않고, 반복될 경우 매우 분노할 것이다. 다만 그것 때문에 미국과 북한이 계속해서 대화할 수 없고, 뭔가를 주고 받을 수 없고, 우리가 가야만 할 곳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건 아닌 게다. (협상이란) 대화하면서 주고 받는 것이다.
- 한국은 유엔 제재 완화는 아니더라도 개성공단 재개, 철도사업 등 남북경제협력 등에 한해 '대북 제재 면제'를 원하는데.
- 당사자들이 그걸 논의할 필요가 있다(the parties need to discuss). 우린 이 문제(제재)의 처음부터 한국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리고 끝까지 같은 포지션에 있기를 희망한다. 그동안 공동의 목표를 위해 매우 잘 협력해 왔다. 물론 사람들은 종종 (공동의 목표까지) '어떻게' 가느냐를 놓고는 생각이 다르곤 한다. 그렇다면 그걸 놓고 논의를 해야 한다. '오케이, 넌 이렇게 해. 넌 저렇게 해'라고 하는 것은 도움이 되질 않는다. 협상가라는 건 제안을 하고, 타협을 하며, 같은 방향으로 마차를 끌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 그 말은 미국이 '대북 제재 면제'를 완전히 반대하진 않는다는 의미인가.
- 사실 '완전한 노(No)'라는 건 많지 않다. 물론 '완전한 노'도 있다.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포기할 수 있나. 답변은 '완전한 노'다. 마찬가지로 북한 김정은은 자신의 정권, 체제를 포기할 수 있나. 답변은 '완전한 노'다. 하지만 그밖의 것들은 모두 '완전한 노'가 아니다. 거기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완전한 노' 외의 것들에 대해선 주고받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한다.
-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방북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논의한다. 언제쯤 정상회담을 하게 될까.
- 음, 그에 대해선 코멘트할 수 없다. 난 그 문제에 대해 백악관과 이야기를 했지만, 그건 백악관의 영역이다. 시기 발표는 백악관의 몫이다. 멀지 않았다. 아마 내가 거기까지만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다.
- 장소는 어디서 할 것 같나.
- 모른다. 아, 모른다고 하면 안 되지(I shouldn’t say I don't know). 하지만 그 역시 백악관이 발표할 일이다.
- 2차 정상회담 이후 북·미 간 비핵화 합의를 이루게 되면 이를 미 의회에서 조약(treaty)으로 체결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나.
- 사실 이 문제에 미 의회는 깊숙히 관여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어떤 대북 행동을 취하기 전에 우리와 상의하고 있다. 어떻게 그 목표를 이룰 것인지, 그것은 어떤 형태를 취하게 될지 상의한다. 결국 (북·미 합의는) 조약으로 하는 것이 행정협정(executive agreement)으로 하는 것보다 낫다. 이란 핵 합의의 경우에서 보지 않았느냐. 당시 이란 핵 합의를 반대했던 우리(공화당)는 '(대통령이 의회의 비준없이 하는) 행정협정으로 하면 안 된다.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결국 우리가 옳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건 큰 실수였고, (이란 핵 합의는) 사라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미 비핵화 합의가) 행정부 일부의 몫으로만 끝나선 안 된다는 의회의 주장에 매우 동의하고 있다(차기 대통령이 취소할 수 있는 행정협정이 아닌, 의회가 비준하는 '조약'의 형태로 만든다는 의미로 해석됨). 다만 미·북 협상은 문제들이 복잡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두 통의 아름다운 편지를 받았다. 획기적이고 역사적 내용이 담겨있었다"고 했다. 무슨 내용이 있었는지 아나.
- 모른다(웃음). 아마 대통령 외에 그 누구도 모를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난 대통령과 이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좋은 관계 속에 소통하고 있고, 특히 더 많은 디테일에 대해서도 소통하고 있다는 건 분명 좋은 조짐이다. 최근 북한 문제에 관한 미팅을 (트럼프와) 했지만 내용은 이야기할 수 없다(웃음).
- 트럼프의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란 말이 한국에서도 화제다. 어떻게 보나.
- 한국말로 그 표현이 어떻게 해석됐는지 궁금하다(웃음). 트럼프 대통령은 때로는 독특한 방법으로 말하는 것 같다. 그가 전달하려던 건 일이 잘 진행돼 가고 있고, 김정은이 성실히 임하고 있다고 믿고 있고, 사이가 좋다는 것 같다. 서로 좋아하면 그렇지 않을 때 보다 종착점에 도달하기 훨씬 쉬운 법이다.
- 하지만 그런 방식에 대한 비판도 많은데.
- 우리는 (현 대북 협상 진전에) 매우 만족한다. 난 많은 사람들이 참을성이 없다는 걸 안다. 미국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실패하길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난 그런 사람들을 비판한다. 우리가 북한과의 차이를 양측에 가장 좋은 방식으로 해결하는 건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에 도움이 되는 일이다. 민주당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특별한 경멸이 있을 뿐 우리처럼 열의가 없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