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기 합동참모본부 의장 후보자가 “남북 평화협정이 정전협정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는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 지명자가 미국 의회 인사청문회에서 밝혔던 주장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박 후보자는 또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천안함 폭침의 주범으로 꼽는 시각에 대해 “사실 여부 확인이 제한된다”고 과거 군의 입장과는 다르게 답변했다.
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서면 자료에서 “‘남북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으로 ‘정전협정’ 대체가 가능한지”에 대한 물음에 “평화협정 체결 전까지는 정전체제(정전협정)가 유지되며,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정전협정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9월 25일 미국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는 “남북 간 평화협정은 두 나라 사이의 직접적인 합의”라며 “평화협정은 1953년 이뤄진 정전협정을 없애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후보자는 “천안함 폭침 당시 북한 정찰총국장이던 김영철을 주범으로 생각하는지”에 대해 “천안함 폭침은 북한의 명백한 군사적 도발이고 김영철이 당시 정찰총국장을 맡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주범 여부 확인은 제한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거에 군 수뇌부는 김영철을 천안함 폭침 주범으로 판단한 바 있다. 2010년 김태영 전 국방부장관은 “김영철이 주범으로 확인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 정부 들어 국방부는 이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박 후보자는 이밖에 “현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 속에도 북한 지휘부를 제거하기 위한 특수임무여단(참수부대)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위협이 존재하는 한 지속 유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 2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백두산에 올라 "해병대 1개 연대를 시켜서 한라산 정상에 헬기 패드를 만들겠다"고 한 데 대해 "그런 언급은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박 후보자는 위장전입 사실을 시인하기도 했다. 박 후보자는 “1997년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둘째 딸이 혼자 버스로 통학하며 너무 힘들어했다”며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관사 인근 초등학교로 전학시키려고 동료의 집에 주소지를 옮긴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거주했던 관사 지역이 두 개의 행정구역에 걸쳐있어 아파트 위치에 따라 초등학교 배정이 달라졌다”며 “도보 15분 거리에 초등학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거리 초등학교에 배정돼 버스로 15분 통학을 해야 했다”고 해명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