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1주택자, ‘은행 돈으로 대치동 집 사서 자녀 진학’ 어려워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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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수도권 외곽의 자택에 거주하는 김맹모(가명)씨는 지역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서울 강남 지역 고교에 진학시키고 싶어한다. 하지만 현재의 거주지에서 버스로 1시간 30분이 걸리는 강남까지 통학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강남 지역에 작은 집을 하나 추가로 구매하기를 원하는 상황. 그런데 9ㆍ13대책으로 1주택 보유자의 주택담보대출이 까다로워지면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김씨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을까.

많은 학부모들이 고민하고 있는 이 사안에 대해 금융위가 “사실상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답을 내놓았다. 지난 1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은행업감독규정 등 5개 금융업권 감독규정 일부개정규정안’을 통해서다.

금융위는 이 서류에 1주택 보유자의 추가 주택 구매시 대출이 가능한 예외 경우들을 적시한 뒤 “다만, 수도권에 주택을 보유한 세대가 수도권 소재 신규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대출을)제한한다”고 명시했다. 아주 특이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수도권 1주택자가 대출을 끼고 수도권에서 집을 한 채 더 사는 것은 막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분당이나 일산 등에 거주하는 1주택자가 자녀를 서울 강남 지역 등의 고교에 보내기 위해 해당 지역 주택을 매입할 경우에는 대출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해졌다.

대치동 학원가 거리 학생들2

대치동 학원가 거리 학생들2

금융위는 이미 9ㆍ13대책 발표 이후 개별 케이스에 대한 논란이 일었을 때도 이 경우는 대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취했다. 교육 목적의 경우 1주택자도 추가 주택 구매시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지만 대학교 진학을 예시했을 뿐 고교 진학은 언급하지 않았다. 당시 고교 진학의 경우를 물었을 때도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 여신심사위원회에 추가 주택 구입의 불가피성을 소명해 받아들여지면 대출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신심사위로부터 예외 인정을 받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이번 개정규정안에도 “은행 여신심사위 등이 불가피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허용한다”는 단서 조항이 명시됐지만 이런 경우가 많이 나오진 않을 것이라는 게 은행들의 시각이다.

물론 수도권 거주자가 자녀를 지방 명문고에 보내기 위해 규제지역이 아닌 지역의 주택을 구입할 경우에는 신규 주택대출을 받을 수 있다. 규제 지역이 아닌 지방에 1주택을 가진 부모가 자녀의 수도권 대학 진학에 따라 수도권 지역의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대출을 받는 것 역시 가능하다.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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