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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음악 감상실 '돌체'

중앙일보

입력

"요즘 세대들은 컴퓨터.핸드폰.MP3 등 개인 오디오기기로 음악을 듣습니다만, 우리 때만 해도 음악 들을 곳을 찾아 다녔죠. '돌체'는 클래식 매니어들의 쉼터로 탄생했고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장항동 저동초등학교 건너편에서 고전음악감상실 '돌체'를 9년째 운영하고 있는 김종수(54) 사장. 격세지감이 크다는 그의 말에선 옛시절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난다.

인테리어 사업가인 김사장은 대학시절 '돌체' '르네상스' 등의 음악감상실을 들락거렸던 클래식 매니어. 98년 사업장을 일산으로 옮기면서 자신이 쉴 공간을 마련하고 '돌체'라 이름 붙였다. 향수 속의 '돌체'를 되살려 놓은 셈.

지하에 자리잡은 돌체에 들어서면 전면에 자리잡은 대형 스피커와 진공관 앰프 등이 분위기를 압도한다. 알텍 640e.알텍A5 등 전문 감상실이나 공연장에서나 볼 수 있는 스피커는 선친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라고. 2개로 구성된 '인피니티' 스피커도 눈에 띈다. 이것은 성균관대 문과대 학장을 지낸 김진경씨가 소장했던 것으로, 지난해 8월 타계한 후 그의 딸이 기증했다고 한다. 고(故) 김진경 학장 또한 돌체의 단골이었다.

지하의 울림을 빨아들이기 위해 무대 천정을 높였는가 하면 벽면을 목재 건축자재인 MDF로 시공했다.

커피 한 잔과 소파에 푹 파묻혀 클래식의 선율에 빠지기엔 더할 나위 없는 공간. 하지만 돌체는 음악감상실 뿐 아니라 연주무대로 더 큰 역할을 해내고 있다. 돌체에선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8시 열리는 연주회가 열린다.

소프라노 임미선과 유승희, 피아노 김소현, 실내악단 콰르텟 21 등 내로라 하는 국내 정상급 연주자와 단체들이 돌체의 무대를 거쳤다. 지난 주말엔 첼리스트 김호정과 피아니스트 윤철희, 바이올리니스트 배성은의 합동 연주회가 있었다. 평균 40명 많아야 100명을 수용하는 공간에서 열리는 귀한 무대다.

"무엇보다 연주자들이 좋아하죠. 비록 소수라도 자신의 실력을 알아주는 관객들 앞에서 공연하는 것이 큰 기쁨이니까요. 관객들도 그래요. 손만 뻗으면 닿을 가까운 거리에서 유명 연주자들의 공연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 각별한 느낌을 줍니다. 공간은 작지만 큰 울림을 이끌어내는 것이지요."

김 사장은 지난해 카네기홀 무대에 올랐던 바이올리니스트 우예주 또한 돌체를 거친 영재라는 자랑을 잊지 않았다. 음악에 조예가 남다른 만화영화 '홍길동'의 신동헌 화백은 토요연주회 해설자 활약한다.

지금까지 열린 연주회는 466회. 500회가 열릴 12월 즈음엔 그 동안 출연했던 연주자들과 함께 대형 콘서트를 기획하고 있다.

김사장은 2004년 12월 돌체 옆에 재즈카페 '올드 앤 뉴'도 만들었다. 돌체의 운영을 돕기위한 것이라 했다. "낡고 오래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돌체는 그들과 함께 문화를 이야기하고 순수예술을 지켜내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낮지만 분명한 어조로 김사장은 자신의 포부를 말했다. 031-902-4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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