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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최동원 선배에게 부끄럽지 않으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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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김식
김식 기자 중앙일보 부데스크
김식 스포츠팀 기자

김식 스포츠팀 기자

프로야구 선수와 환경미화원의 연봉 비교 논란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 김선웅 사무총장이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프로야구 선수 최저연봉을 환경미화원 수준인 4000만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말하면서다. 논란이 일자 김 사무총장은 “같은 육체노동자를 찾다가 부적절한 비교를 했다”고 사과했다.

사실 간담회의 주 내용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제안한 자유계약(FA) 총액 상한제(4년 80억원)를 선수협이 반대한다는 거였다. 롯데 이대호(4년 150억원) 등 초대형 FA 선수가 탄생하고, 그중 일부에게서 ‘몸값 거품’ 논란이 일자 KBO가 개선안을 내놨다. KBO는 FA 자격 취득 기간 단축, FA 보상 완화, 최저연봉 인상 등 선수에게 유리한 방안도 함께 내놨지만, 선수협이 거부했다.

선수 권익을 보호하는 선수협이 KBO 제안의 불합리성을 지적할 수 있다. 문제는 선수협이 진짜 보호해야 할 대상인 저연봉 선수에 대한 배려와 고민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자유계약 상한제에 대한 반대 의견을 밝히고 있는 김선웅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사무총장. [연합뉴스]

자유계약 상한제에 대한 반대 의견을 밝히고 있는 김선웅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사무총장. [연합뉴스]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 최저연봉은 600만원이었고, 최고 스타는 2400만원을 받았다. 당시 4배였던 격차가 현재 139배(최저연봉 2700만원, 이대호 연평균 수입 37억5000만원)로 벌어졌다. FA 상한제를 반대한 선수협은 “최저연봉 4000만원은 희망 사항이다. 반드시 받아야 하는 금액이 아니다”라며 한발 뒤로 물러났다. 선수협이 고연봉 선수만 위해 일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고(故) 최동원은 1988년 선수 권익 향상을 위해 선수협 결성을 시도했다. 구단 반대에 부딪혀 실패했지만 슈퍼스타였던 그가 보여준 희생과 용기는 존경하고도 남을 만하다. 2000년 선수협이 탄생할 땐 더 많은 선수가 나섰다. 당시 선수협은 대중과 미디어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는 노조였다.

그 덕분에 FA 제도가 생겼고 스타 선수는 큰돈을 벌고 있다. 에이전트 제도, 외국인 선수 쿼터(3명)와 연봉 상한제(100만 달러) 등도 고연봉 선수에게 매우 유리한 배경이다. 선수는 개인사업자이면서도 노조(선수협)의 보호를 받는다.

최근 몇 년 동안 프로야구 선수의 일탈(승부 조작, 불법 도박, 성폭행)이 끊이지 않았다. 팬들의 실망이 커지는 가운데 선수협회장(선수 대표)은 1년 넘게 공석이다. 선수협의 진짜 주인이어야 할 선수는 사무총장 뒤로 숨었다. 선수들은 하늘에 있는 선배를 보기 부끄럽지 않을까.

김식 스포츠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