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청문회 시달려야 일 잘하는 '전설'"…유은혜 강행에 野 "국회 보이콧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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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일 국회에서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공식 임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에서 신임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서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2018.10.02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에서 신임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서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2018.10.02 청와대사진기자단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인사청문이 지난달 19일 끝났고 청문보고서 재송부 기일을 1일까지 지정해 국회에 채택을 요청했으나 회신받지 못했다”며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임명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된 유 장관의 의혹들에 대해선 “청문회에 성실히 임했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해명할 것은 해명하는 등 충분히 소명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유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청문회 때 많이 시달린 분들이 오히려 일을 더 잘한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다”며 “업무에서 아주 유능하다는 것을 보여 청문회 때 제기된 여러 염려가 기우였다는 것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교육 정책 공약들은 교사 중심의 교육 전문가들의 의견을 많이 반영한 것이었다”며 “전문가의 견해와 학부모ㆍ학생들의 생각을 잘 조화시키는 것이 교육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당부했다.

유은혜 신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의원실을 나서며 취재진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고 있다. 유 장관의 임명은 문 대통령이 지난 8월30일 후보자로 지명한 지 33일 만이다. [뉴스1]

유은혜 신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의원실을 나서며 취재진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고 있다. 유 장관의 임명은 문 대통령이 지난 8월30일 후보자로 지명한 지 33일 만이다. [뉴스1]

현행법상 장관은 청문보고서 채택과 무관하게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현 정부 출범이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등도 청문보고서 채택없이 임명된 경우다.

김 대변인은 “청문회 또한 국민의 눈과 귀가 기준이 돼야 한다”며 “(유 장관은) 국민의 눈높이에 비춰 결정적 하자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위장 전입, 아들의 병역문제, 재산신고 축소 등의 이유로 유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던 야당에 대해서는 “청문 절차에 반대하는 야당의 뜻을 일반 국민의 여론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임명 반대) 여론이 절대다수, 과반이라고 볼 수 없다”고도 했다. ‘과거 야당시절 민주당이 비판했던 박근혜 정부의 임명강행과 뭐가 다르냐’는 질문에 김 대변인은 “사안의 내용을 봐야 된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문제가 있었던 장관 후보자들과 유 장관에게 제기된 문제점들을 엄밀한 저울에 달아서 평가해야 한다”고 답했다.

2013년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 등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하자 당시 민주당은 “자격 미달에 도덕적으로도 결함이 있는 후보를 임명하는 것은 국회를 무시하는 오기·불통 인사”라고 비난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유은혜 교육부 장관 임명 강행 규탄 긴급의총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유은혜 교육부 장관 임명 강행 규탄 긴급의총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번에도 야권은 강력 반발했다.

자유한국당은 유 장관 임명 직후 긴급 의원총회를 열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국감 자료를 꼬투리 삼아 정기국회 의정활동 중인 야당 의원을 막무가내로 압수수색하고 검찰에 고발한 문재인 정권이 끝내 유은혜 카드를 밀어붙였다”며 “학부모 96%가 전문성과 도덕성 때문에 ‘이 사람만은 안 된다’는 절절한 목소리를 냈음에도 나 몰라라 강행한 정권이 누구를 위한 정권이냐”고 말했다.

이양수 원내대변인은 “상황에 따라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후 청와대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유 장관과 시어머니 정종석씨와 함께 환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2018.10.2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후 청와대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유 장관과 시어머니 정종석씨와 함께 환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2018.10.2 /청와대사진기자단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도 “결정적 하자가 차고 넘치는 유 장관에 대한 청와대의 은혜가 눈물겹다. 국회와 국민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주장했다. 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도 “유 장관은 청문회에서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며 우려를 표했다. 유 장관은 4일부터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한다는 방침이어서 야당과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강태화ㆍ성지원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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