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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 필 미켈슨의 라이더컵 잔혹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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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타이거 우즈(맨 앞)와 필 미켈슨(우즈 왼쪽)이 우즈의 드라이브샷을 지켜보고 있다. 우즈는 4전 전패, 미켈슨은 2전 전패를 기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타이거 우즈(맨 앞)와 필 미켈슨(우즈 왼쪽)이 우즈의 드라이브샷을 지켜보고 있다. 우즈는 4전 전패, 미켈슨은 2전 전패를 기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필 미켈슨(미국)은 16번 홀에서 티샷을 물에 빠뜨리고 모자를 벗었다.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에 끌려 다니던 그는 결국 패배를 인정했다. 미켈슨이 내준 이 점수로 미국의 패배가 확정됐다.

유럽에 10.5-17.5, 7점 차로 져 #최근 3승9패 … 유럽선 6연속 패배 #우즈 4전 전패, 미켈슨도 2전 전패 #라이더컵 역대 최다패 1·2위 기록

미국이 1일 프랑스 파리 인근 르 골프 나쇼날 골프장에서 끝난 라이더컵에서 유럽에 10.5-17.5로 완패했다. 미국은 지난 12번의 대회에서 3승9패를 기록했다. 유럽 땅에서 열린 대회만 보면 6연속 패배다.

미국의 노장 타이거 우즈(43)와 미켈슨(48)은 이번 대회에서 특히 부진했다. 우즈는 4전 전패, 미켈슨은 2전 전패를 하고 고개를 떨어뜨렸다. 우즈는 “내가 승점 4점을 헌납했다. 패배의 책임은 나에게도 있다”고 말했다.

두 수퍼 스타의 라이더컵 전적은 참혹하다. 우즈는 13승3무21패, 미켈슨은 18승7무22패다. 미켈슨은 이번이 마지막 라이더컵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대회를 앞두고는 “2020년 대회도 참가하겠다”고 했으나 부진한 성적을 거둔 뒤 “현실적으로 이번이 끝”이라고 했다.

미켈슨은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는 선수다. 라이더컵에서는 처음부터 꼬였다. 1993년 미켈슨은 투어 2년 차로 통산 3승을 거둔 유망주였으나 캡틴 톰 왓슨은 그를 선발하지 않았다.

미켈슨은 95년 대회에서야 선수로 뽑혔으나 첫 경기에선 벤치를 지켜야 했다. 다음 대회부터는 우즈가 출현했다. 라이더컵의 주인공이 미켈슨을 건너 뛰어 우즈로 넘어갔다. 미켈슨은 2004년엔 앙숙인 우즈와 한 조가 되어 2경기에서 패배했다. 원치 않는 파트너를 일방적으로 배정한 권위적인 캡틴 때문에 졌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그러나 팀 보다는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미켈슨과 우즈 같은 스타 선수들이 문제라는 지적도 많다. 미켈슨은 2004년 라이더컵에서 패배한 뒤 “우즈와 쓰는 공이 달랐는데 거기에 적응이 안 돼 포섬 경기에서 졌다”고 했다. 그러나 각자 공을 쓰는 포볼 경기에서 진 이유는 설명하지 못했다.

미국은 유럽 원정에서 계속 참패하자 2014년 톰 왓슨에게 다시 캡틴을 맡겼다. 미켈슨은 그 대회에서 몇 차례 벤치를 지켰고, 또다시 불만을 가졌다. 패배 후 기자회견장에서 캡틴 왓슨을 공개 비판했다. 1993년 당시 캡틴을 맡아 미켈슨을 뽑지 않았던 주인공이 바로 왓슨이었다.

미국은 2014년 대회에서 진 뒤 라이더컵 승리를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미켈슨과 우즈가 주축 멤버였으며 선수가 조 편성을 주도하는 등 민주적인 절차를 도입하려 했다. 그러나 원정 참패의 징크스는 끊지 못했다. 2014년 대회에서 미국은 6점 차로 패했지만, 올해 대회에서는 7점 차로 졌다. 패트릭 리드는 조 편성이 일방적이었다고 주장했다.

미켈슨은 대회를 앞두고도 논란의 중심이었다. 최근 성적이 나쁜 데다 드라이버 정확도가 193명 중 192등이었다. 대회가 열린 코스는 러프와 물이 많고 페어웨이는 아주 좁았다. 코스와 잘 맞지 않은 미켈슨을 선수로 뽑으면 안 된다는 주장이 많았다.

그러나 미켈슨의 오랜 친구인 캡틴 짐 퓨릭이 “경험 많고 팀워크에도 도움이 된다”며 그를 선발했다. 뉴욕타임스는 “그런 용도라면 선수가 아니라 바이스 캡틴으로도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거물 선수를 뽑은 탓에 작전에도 제약이 있었다. 미국 기자들에 의하면 퓨릭은 미켈슨을 벤치에 앉혀놓는 게 승부에 유리한 줄 알면서도 그를 쉬게 하지 못했다. 미국 언론들이 “이기려면 더 이상 부진한 미켈슨을 팀 경기에서 뛰게 하면 안 된다”고 비난한 뒤에야 그를 주저앉혔다. 미켈슨은 마지막 몰리나리와의 싱글 매치에서도 무기력하게 패했다.

우즈와 미켈슨의 전성기는 라이더컵에 출전한 미국의 부진 시기와 거의 일치한다. 두 선수가 함께 나간 대회에서 미국은 1승7패를 기록했다.

미켈슨은 사실상 선수로 라이더컵을 마감했다. 그는 라이더컵에 12번 참가했고 역대 라이더컵 사상 최다 패배(22패) 기록을 남겼다. 우즈는 앞으로 한 두 차례 더 라이더컵에 선수로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부진을 만회할 기회일 수도 있지만 21패의 우즈가 미켈슨(22패)을 넘어 최다 패배를 기록할 가능성도 크다. 골프의 신은 두 스타에게 모든 것을 주지 않았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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