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도 나섰던 美 ‘폭탄 관세’ 부과시 한국이 최대 타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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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국의 대미 수출 자동차 관세를 면제해달라“고 요청했다. [AP=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국의 대미 수출 자동차 관세를 면제해달라“고 요청했다. [AP=연합뉴스]

미국이 수입산 자동차에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하면 한국이 다른 국가보다 더 큰 타격을 입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른바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서 한국 통상당국이 온 힘을 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미국 시장서 경쟁하는 일본차·독일차보다 가격 더 올라

미국 정부는 지난 5월부터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한국산 차량을 포함한 수입 자동차에 고율 관세(25%) 부과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1일 ‘미국 자동차 고관세 부과의 주요국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미국이 수입산 자동차·부품에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대미 자동차 수출 감소 수준을 국가별로 집계한 보고서다.

미국이 수입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경우 대미(對美) 수출 감소 추정액. [자료 국제무역연구원]

미국이 수입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경우 대미(對美) 수출 감소 추정액. [자료 국제무역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수출 감소율이 가장 큰 국가는 한국(22.7%)이었다. 지금 미국에 자동차 1000대를 수출한다면, ‘폭탄 관세’ 부과시 773대만 팔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 시장에 자동차를 많이 수출하는 일본(21.5%)·중국(21.3%)·독일(21.0%)과 비교해도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대수 감소율은 지나치게 높다.

더 큰 문제는 미국 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일본차·독일차보다 한국차가 특히 소비자에게 외면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미국이 수입산 차량에 똑같이 관세를 부과해도 한국산 차량 가격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폭탄 관세’에 따른 완성차 수입대상 국가별 소비자가격 상승률은 한국산 차량(23.9%)이 가장 높았다. 멕시코(23.7%)·캐나다(23.5%) 등 미국 인근에서 차량을 생산하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국가는 물론 일본(23.3%)·중국(23.1%)·독일(22.9%)보다 높은 수치였다.

문병기 국제무역연구원 동향분석실 수석연구원은 “한국산 미국 수출용 차량의 소비자가격 대비 제조원가는 주요국 대비 한국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관세 상승으로 인한 타격 더 크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수입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경우 파급 경로. [자료 국제무역연구원]

미국이 수입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경우 파급 경로. [자료 국제무역연구원]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완성차·부품 수출액(240억 달러·26조7000억원)은 대미 총수출의 33.7%이자 국내총생산(GDP)의 1.6%에 달한다.

미국 소비자도 손해다. 고율 관세 부과 시 미국서 생산·판매 중인 한국차 대당 평균 소비자가격이 11.1%(2만7321달러·3035만원→3만346달러·3371만원) 상승하기 때문이다. 한국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차량 가격도 21.1%(2만6651달러·2961만원→3만2882달러·3653만원) 오른다.
문병기 수석연구원은 “미국 자동차 소비자 가격 상승이 부품 조달 비용 증가를 유발하고 결국 미국 완성차 공장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진다”며 “이런 점에서 미국이 한국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지 않도록 설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연간 수출 감소 대수로 보면 일본 수출량(-42만 대)이 가장 많이 줄어든다. 한국(-16만 대)은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수출 대수수출 대수가 감소하는 국가로 꼽혔다. 지난해 한국의 미국 수출 대수는 72만 대였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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