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야화’라는 대중가요가 있었습니다.
가사는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별빛을 살라 먹고 별빛을 살라 먹고
그 향기 그 힘으로 밤에 피는 너는 야화’
요사이 밤마다 피는 꽃이 있습니다.
동대문 DDP에 피는 LED 조명 장미입니다.
어둠을 살라 먹고 핍니다.
어둠이 짙을수록 더 밝은 꽃을 피웁니다.
사진 찍기 좋은 명소가 된 지 오래입니다.
여기를 찾는 사람들은 너나없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습니다.
하나하나 꽃을 가까이 들여다보면 이러합니다.
이런 꽃이 수만 송이니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
어둠을 살라 먹고 바람이 일어납니다.
꽃만 어둠을 살라 먹는 게 아니었습니다.
바람도 어둠을 사르며 입니다.
흔들리기에 더 꽃 같습니다.
그런데 흔들림이 사진엔 제대로 표현되지 않습니다.
쇠로 된 꽃대가 흔들림을 애써 붙들고 있습니다.
그 흔들림이 아쉬워 휴대폰을 옆으로 돌리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마치 영화 ‘아바타’의 숲에 온 듯합니다.
휴대폰을 상하로 돌리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꽃이 빛을 뿜으며 빙글빙글 도는 듯합니다.
위아래로 흔들었습니다.
오리가 떼를 지어 떠가는 듯 보입니다.
좌우 상하로 재빠르게 흔들었습니다.
마치 악보가 흐르는 듯합니다.
사선으로 살짝 흔들었습니다.
하트가 가을밤에 두둥실 떠다니는 듯합니다.
이렇듯 밤마다 핍니다.
빛 꽃이 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