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갠 가을 들녘으로 산책을 나섰습니다.
벌개미취 꽃,
비에 함초롬 젖었습니다.
미루나무, 은행나무, 버드나무 늘어선 길에 빛이 듭니다.
자욱하게 떨어진 잎,
빛에 물들었습니다.
강가 젖은 달맞이꽃,
노랗디노랗습니다.
하늘로 곧추 뻗은 수크령,
건듯 부는 바람에도 하늘거립니다.
가녀린 길가 코스모스,
온종일 춤을 춥니다.
쓴 냄새 뿜는 익모초,
고운 꽃을 주렁주렁 매달았습니다.
제법 붉은 도꼬마리 열매,
열매를 던지며 놀던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오릅니다.
도깨비바늘 꽃,
이내 곧 도둑 가시로 변할 듯합니다.
숲속 샛노란 감국,
숲에 진하디진한 국화 향을 퍼뜨립니다.
하늘이 맑아져 옵니다.
복자기 나뭇잎 더 붉어 보입니다.
듬뿍 빛을 품은 꽃향유,
보랏빛이 어찔합니다.
지천인 서양 등골나물,
앙증맞은 꽃들이 팝콘처럼 터졌습니다.
구절초에 날아온 줄점팔랑나비,
온몸에 꽃가루 그득합니다.
온 하늘을 숨 가쁘게 맴돌던 잠자리,
갈대 줄기에서 숨을 가다듬습니다.
가을이 이만큼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