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 중앙미술학원 이행간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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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중국의 미술학원에서는 학생들로 하여금 현장체험을 통해 항상 새로운 예술세계를 추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호암갤러리 초청으로 지난 4일 방한한 중국 북경 중앙미술학원 이항간 교수(51)는 사회주의국가에서의 화가수업의 특징은 한마디로 현장체험이라고 소개했다.
중국 최고의 화가로 손꼽히고있는 이가염의 수제자중 한사람인 그는 대학졸업후인 지난 63년부터 국화과의 산수화전공교수로 있으면서 세계각국에 중국국화를 소개하는데 크게 기여해 왔다.
비당원으로서 자유로운 화풍을 지향하던 그는 문혁기간 중에는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70년대 말 4인방 실각 이후에는 중국화단의 개방화에 앞장서 왔다.
『문혁기간 중에는 인물화·산수화·화조화 같은 전통적인 그림보다는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를 선전하는 그림을 그릴 것을 강요받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추상화까지 손댈 수 있을 정도로 창작의 자유가 보장되고 있습니다.』
그는 역사의 격동기를 온몸으로 겪은 예술가답게 급격한 개방의 영향으로 젊은 화가들이 전통적인 요소를 소홀히 취급하는 경향을 우려했다.
『요즘 학생들은 주로 새롭고 창조적인 작업에 몰두하고 옛날 것은 배우려하지 않습니다.』
그는 중국에서도 유화를 그리는 사람이 많지만 유화·판화를 막론하고 어떤 종류의 그림도 중국인에 의해 제작되면 중국인의 의식과 정서가 담기므로 중국화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대만간에 미술교류가 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작 양쪽을 대표할만한 비중 있는 작가의 그림보다는 값싼 상업화 위주여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중국미술에는 유교·불교·도교의 전통이 연면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고 믿는 그는 공산당정권수립으로 인민을 위한 정책이 실시되고 있지만 생활 면에서는 크게 나아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오는 8일까지 한국에 머무르면서 호암갤러리·국립현대미술관·국립박물관·인사동 화랑가 등을 돌아보고 미술계 인사들도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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