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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은 단 한 번뿐, 타이거는 왜 라이더컵 종이호랑이였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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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의 호랑이 헤드커버. 우즈는 적어도 현재까지 라이더컵에서는 종이호랑이였다. [AP]

타이거 우즈의 호랑이 헤드커버. 우즈는 적어도 현재까지 라이더컵에서는 종이호랑이였다. [AP]

1997년 라이더컵에서 미국 팬들은 타이거 우즈에 큰 기대를 걸었다. 그 해 마스터스에서 12타 차로 우승한 젊은 골프 황제 우즈가 앞으로 20년간 미국을 승리로 이끌 걸로 믿었다.

그러나 역대 최고 골퍼로 불리는 타이거 우즈의 전성기, 미국의 라이더컵 기록은 오히려 암흑기였다. 우즈가 출전한 7번의 라이더컵에서 미국은 1승6패로 우승은 단 한 번뿐이었다. 원정경기에선 우즈는 팀을 한 번도 우승으로 이끌지 못했다.

반면 우즈가 부상으로 결장한 2008년과 2014년, 2016년 대회에서 미국은 2승1패를 기록했다. 그래서 우즈가 없어야 오히려 성적이 더 좋다는 얘기도 나왔다.

라이더컵에서 우즈의 개인 기록은 좋지 않다. 우즈는 라이더컵 통산 전적 13승3무17패를 기록했다. 일반 대회에서는 상대를 압도하던 우즈가 라이더컵에서는 승률이 5할도 되지 않는다. 그는 마지막 참가한 2012년 대회 4경기에 나가 0.5점을 따는데 그쳤다. 1무3패였다.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받았다.

연습라운드를 하는 타이거 우즈. [AP]

연습라운드를 하는 타이거 우즈. [AP]

그러나 승부욕의 화신인 우즈가 라이더컵에서만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1대1로 혼자 경기하는 싱글매치 전적은 나쁘지 않다. 우즈는 싱글매치 7경기에 나가 4승2무1패를 기록했다. 한 매치 평균 0.714점으로 정상급 실력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2-2로 경기하는 포볼과 포섬 매치였다. 우즈는 포볼과 포섬 26개 매치에서 9승1무16패를 기록했다. 한 매치 평균 0.365점에 불과하다. 싱글매치 평균 점수의 절반 정도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우즈는 라이더컵에서 부진한 것이 아니라 라이더컵 포섬과 포볼 매치에서 매우 성적이 나빴다.

왜 포볼과 포섬에서 성적이 나오지 않았을까. 우즈는 팀 경기에 약했다. 다른 선수들과 벽을 쌓고 살았기 때문이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면 메이저대회 등에서 자신을 만만하게 볼 위험이 있다고 생각했다.

나이가 많거나 실력이 별로인 선수와는 간혹 친하게 지냈지만, 라이벌이 될 만한 선수, 그러니까 라이더컵에 나올 정도로 강한 선수들과는 확실히 간격을 뒀다.

라이더컵에서 상대 선수는 물론 같은 팀에서 우즈와 포볼, 포섬에서 팀워크를 맞추는 동료들도 우즈에게 부담을 느꼈다. 극단적인 예가 2004년 대회다. 당시 캡틴인 할 서튼은 세계랭킹 1위 우즈와 세계랭킹 2위 필 미켈슨을 한 조로 묶어 필승조를 구성했다. 그러나 이 필승조가 포섬과 포볼매치에서 모두 패배하면서 팀이 풍비박산이 났다.

우즈와 미켈슨은 사이가 나빴다. 한 편으로 경기하면서도 거의 대화를 하지 않았다. 우즈와 사이가 나쁘지 않은 선수들도 부담을 느꼈다. 일부 선수들은 자신이 실수하면 우즈가 화를 낼까 걱정이 돼 오히려 실수를 더 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증언한다. 결과적으로 우즈의 존재가 라이더컵 미국의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1997년 라이더컵에 처음 참가한 우즈가 필 미켈슨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기대와는 달리 미국은 우즈가 참가한 대회에서 한 번 밖에 이기지 못했다. [중앙포토]

1997년 라이더컵에 처음 참가한 우즈가 필 미켈슨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기대와는 달리 미국은 우즈가 참가한 대회에서 한 번 밖에 이기지 못했다. [중앙포토]

우즈는 대부분 기선제압을 위해 가장 먼저 경기했기 때문에 뒤에 경기하는 선수들에게 부담을 줬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우즈의 패배는 팀에 1패 이상의 영향을 미쳤다.

6년만에 라이더컵에 선수로 참가하는 우즈는 달라졌다. 우즈는 요즘 평소 경기에서 동반자를 응원하는 등 상전벽해다. 우즈는 "미켈슨을 포함, 누구와도 함께 경기할 수 있다"고 했고 젊은 선수들은 우즈에게서 배우고 싶어 한다.

그래서 요즘 미국 선수들은 우즈에게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우즈의 팀 플레이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주목된다. 라이더컵은 28일 프랑스 파리 근교 르 골프 나시오날 골프장에서 개막한다. 우즈는 첫날 브라이슨 디섐보와 함께 경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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