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 철수는 유엔사 판단 거쳐야” 에이브럼스, 남북 군사합의 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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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육군 대장)가 지난 25일(현지시간) “비무장지대(DMZ)는 유엔군사령부 관할이기 때문에 감시초소(GP) 철수는 유엔군사령부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9월 19일 남북 정상회담 과정에서 발표된 남북 군사분야 부속 합의서의 ‘DMZ 내 GP 시범 철수’에 대해 사실상 제동을 건 발언이다.

“비무장지대는 유엔사 관할”

에이브럼스 대장은 이날 미 상원 청문회에서 “DMZ 내 모든 활동은 유엔사 관할이기 때문에 남북이 대화를 계속하더라도 관련 사항은 빈센트 브룩스 사령관이 이끄는 유엔사에 의해 중개·판단되고, 준수·집행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주한미군사령관은 유엔사령관, 한미연합사령관을 겸한다.

송영무 국방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지난 19일 체결한 군사합의서는 “비무장지대 내 감시초소를 전부 철수하기 위한 시범조치로 1㎞ 이내 근접 초소를 완전히 철수한다”고 정했다. 에이브럼스 대장의 ‘DMZ 관할 발언’은 우리 정부가 군사분계선 통행권만 유엔사령관의 권한으로 간주한 뒤 독자 추진한 GP 철수는 물론 DMZ 사격금지와 전방 비행금지 등을 모두 견제하는 의미로 풀이된다. 에이브럼스 대장은  “남북한이 평화협정을 체결해도 두 나라 간의 합의이기 때문에 유엔 안보리 결의안 84호에 따라 (유엔군사령관이) 서명한 정전협정을 무효화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즉 평화협정이 체결돼도 유엔사 지위와 정전협정에는 영향이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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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브럼스 대장은 “8~9월 (한·미 연합)훈련 중단은 북·미 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한 신뢰구축 노력”이라면서도 “연합군의 준비태세에는 분명히 약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댄 설리번 공화당 상원의원이 “김정은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제거 대가로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경우 이를 현명한 결정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하자 “전술적으로 그의 재래식 전력의 변화가 없이 철수한다면 중대한 위협이 있을 것이며, 전략적으로도 관련된 전력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설리번 의원은 “불법 핵무기의 대가로 합법적이며 초당적으로 지지하는 군대를 내주는 건 전략적 참사”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검토하는 것 같아 매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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