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도 90도 인사…북한 통치 스타일 이미 달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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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TV가 올해 7월 27일 방영한 영상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5차 전국노병대회 참가자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는 모습. [조선중앙TV]

북한 조선중앙TV가 올해 7월 27일 방영한 영상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5차 전국노병대회 참가자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는 모습. [조선중앙TV]

평양에서 열린 이번 남북정상회담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90도 인사'는 연일 화제였다. 수령 체제에서 살아온 북한 주민들에게 남한 대통령의 인사 방식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갔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다.

실제 문 대통령이 자신을 마중 나온 평양 주민들에게 허리 숙여 인사할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허리를 굽히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몇 차례 더 북한 주민들에게 허리 숙여 인사할 때도 김 위원장은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이런 인사법은 조선중앙TV를 통해 북한 전역으로 공개됐다. 이는 김 위원장의 용인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지난 19일 조선중앙TV가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 첫날 일정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평양국제비행장에서 차량에 탑승하기 전 환영하는 평양시민에 90도로 허리 숙여 인사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 [조선중앙TV]

지난 19일 조선중앙TV가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 첫날 일정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평양국제비행장에서 차량에 탑승하기 전 환영하는 평양시민에 90도로 허리 숙여 인사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 [조선중앙TV]

이를 두고 김 위원장은 자신의 조부, 친부와는 다른 통치 스타일을 구현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문 대통령의 방북 전부터 김 위원장도 허리 숙여 인사하는 일이 있었다는 이유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월 제5차 전국노병대회 참가자들에게 허리 숙여 90도 인사한 일이 있다.

올해 1월 1일 신년사를 발표할 당시에도 인사말을 한 뒤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는 지난해 신년사에서도 "내가 부족해 인민들을 배불리 먹이지 못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고, 그즈음 공개된 기록영화에서도 노동자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는 모습이 수차례 담겼다. 지난해 1월 17일 조선중앙TV가 공개한 기록 영상에서 김 위원장은 원산 구두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노동자들의 인사에 고개를 숙여 답례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올해 1월 1일 방영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육성 신년사 영상에서 김 위원장이 인사말을 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는 모습. [조선중앙TV]

북한 조선중앙TV가 올해 1월 1일 방영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육성 신년사 영상에서 김 위원장이 인사말을 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는 모습. [조선중앙TV]

김 위원장의 이런 통치 스타일에 대해서는 당초부터 해석이 분분했다. 자신감에 따른 표현으로 애민(愛民) 정치를 부각하고 있다는 분석과 김 위원장으로선 조부와 친부때 같은 절대적 수령론으로 주민들을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통치 스타일을 바꿨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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