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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감염병 시대 … 제약사들, 백신시장 공들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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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국내 백신 생산 제조사 및 종류

국내 백신 생산 제조사 및 종류

신종플루에서 메르스와 지카 바이러스까지. 신종 감염병 시대가 열리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09년 세계적으로 유행한 신종플루로 1만8000여명이 숨졌다. 2015년 한국에 상륙한 메르스로 인한 사망자는 38명에 이른다.

메르스·지카 천적 찾기 본격화 #백신 특화한 SK바이오사이언스 #대상포진용 이어 수두용 시판 #LG화학, 5가 혼합백신 생산 주력 #GC녹십자, 독감용 수출 2억 달러

신종 감염병 등장으로 주목받는 건 백신이다. 감염병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백신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기업의 백신 시장 진출도 속도를 내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건 SK그룹이다. SK케미칼은 지난 7월 백신 사업부문을 분사해 SK바이오사이언스를 설립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19일 수두 백신 스카이바리셀라 시판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대상포진 백신을 시판한 지 9개월 만에 새로운 백신을 추가한 것이다. 이에 앞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12월 대상포진 백신 스카이조스터 판매를 시작했다. 대상포진 백신의 자체 개발 생산은 세계에서 두 번째다. 스카이조스터는 올해 상반기에만 매출 200여 억원을 올렸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개발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자체 개발한 독감 백신을 처음으로 판매한 게 2015년 무렵이다. SK는 대상포진 및 수두 백신 해외 판로 개척에 나서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독감과 대상포진 백신은 동남아 시장에서 각국 정부 허가를 앞두고 있다”며 “수두 백신은 남미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궁경부암과 소아 장염·장티푸스·폐렴구균 등 네 가지 신종 백신 개발을 추진하는 중이다.

LG그룹 계열사인 LG화학도 백신 생산에 힘을 쏟고 있다. 1992년 B형 간염백신 유박스를 국내 처음으로 선보인 LG화학은 최근 들어 백신 연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LG화학은 2016년 5가 혼합 백신(뇌수막염·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B형 간염) 개발을 끝내고 국내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유펜타는 국내가 아닌 해외 시장을 겨냥한 제품이다. 100% 수출한다. LG화학은 유니세프(UNICEF) 입찰을 통해 2017~2019년 3년간 900억원 규모의 유펜타 공급계약 체결을 성사시켰다.

LG화학 관계자는 “백신 사업 매출 중 80%가 해외 비중”이라며 “유펜타에 소아마비 백신을 접목한 6가 혼합백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지난달부터 동남아에서 폐렴구균 백신 임상 2상 시험에 돌입했다. 이와 함께 소아마비 백신에 대한 임상 시험도 진행하고 있다. 소아마비 백신은 국내에서 개발되지 않아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2009년 신종플루 이후 독감 백신 국내 생산을 시작한 GC녹십자도 백신 수출에 주력하고 있다. 그동안 독감 백신 수출로 발생한 해외 매출은 2억 달러(2240억원)를 넘어섰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수출용 백신을 포함해 내년에는 독감백신 누계 생산량이 2억 도즈(1도즈는 성인 1회 접종 분량)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계 백신 시장은 성장세에 있다. 시장 조사 기관 자이온 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백신 시장은 2014년 332억 달러(37조 2100억원) 수준이었다. 올해는 501억 달러(56조 15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국내 생산 백신이 가장 많이 수출되는 시장은 유니세프를 통한 국제조달시장이다. 유니세프 등 국제기구 입찰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인증을 통과해야 가능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6년 백신 수출액은 2억547만 달러(2303억원)로 조사됐다. 이중 WHO 인증을 통과한 수출액은 1억5000만 달러(1681억원)로, 전체 백신 수출의 73.5%를 차지했다.

정희진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대상포진 백신 등 예방을 목적으로 한 백신 시장이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학주 한동대 교수(경영학)는 “중국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백신 수요가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게 세계적인 시장 트렌드”라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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