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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김정은의 ‘구두 합의’ 있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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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오후 평양 옥류관에서 열린 오찬에서 대화하고 있다. [평양공동사진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오후 평양 옥류관에서 열린 오찬에서 대화하고 있다. [평양공동사진취재단]

4ㆍ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중 ‘도보다리 대화’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풍계리 핵실험장을 5월 중 폐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내용은 판문점 선언에 담기지는 않았다. ‘구두 합의’였기 때문이다. 정상회담 이틀 뒤 청와대의 발표로 이런 내용의 대화가 두 정상 사이에 오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6ㆍ12 북ㆍ미 정상회담에서도 김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 폐기에 대해 언급했다. 이 내용도 합의문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당일 기자회견에서 밝혀 공개됐다.

19일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앞선 남북, 북ㆍ미 정상회담 때처럼 김정은이 문 대통령에게 ‘깜짝 선물’을 구두로 언급했을 가능성이 있다. 평양공동선언 직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공동선언 내용 이외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두 정상 간 구두로 합의된 내용은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설득하는 과정에서 지렛대로 활용될 ‘초기 비핵화 조치’ 등의 내용일 가능성이 크다.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평양 고려호텔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분명히 선언문에 담지 못한 김정은의 메시지가 있었을 것”이라며 “그것은 문 대통령이 뉴욕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게 되면 직접 전달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중재자’ 문 대통령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구두로 언급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예컨대 미국이 원하는 핵시설과 핵물질, 핵 프로그램의 신고 등에 관한 내용이 언급될 수 있는 소재들이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김정은이 비핵화를 통해 남한이나 미국으로부터 얻고 싶은 내용도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오갔을 수 있다. ‘비핵화의 상응 조치’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정 실장이 “종전선언을 포함한 여러 가지 방안들이 검토될 수 있다”고 답한 것을 볼 때 구체적인 종전선언 방식에 대한 대화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또 현재 대북제재 때문에 공식적으로 발표할 수 없는 남북 경제협력 방안도 언급됐을 것으로 보인다.

평양=공동취재단,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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