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염두에 둔 첫날 정상회담, 전령사 정의용 실장 배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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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18일 첫 평양 회담에는 남측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북측에선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김영철 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배석했다. 이날 남북 정상회담의 장소와 시간은 모두 회담 시작 전에 공개됐다. 회담 시작 시간인 오후 3시45분까지 공개되지 않은 건 남북 양측의 배석자 명단이다. 정의용 실장과 서훈 원장의 배석은 회담이 시작된 지 30분쯤 지난 4시18분에 공지됐다. 북측의 김여정 제1부부장과 김영철 통전부장 배석은 회담이 시작한 지 약 1시간 뒤에야 공개됐다.

8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마련된 남북정상회담 메인프레스센터 대형모니터에 문재인 대통령이 숙소인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 도착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하는 모습이 중계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마련된 남북정상회담 메인프레스센터 대형모니터에 문재인 대통령이 숙소인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 도착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하는 모습이 중계되고 있다. [연합뉴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회담 시작을 앞둔 오후 3시 브리핑에서 회담 장소를 공개하면서도 배석자에 대해선 “2~3명으로 예상되지만 정확히 어느 분일지는 좀 더 가봐야 알 것 같다”고 말을 흐렸다. 회담 직전까지 회담의 구체적 형식과 의제를 놓고 막판까지 줄다리기가 벌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정상회담의 배석자 숫자와 직책은 회담에서 다룰 의제가 무엇인지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18일 평양 남북 정상회담 배석자로 문재인 대통령이 선택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5일 평양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귓속말을 하는 모습. [사진 청와대]

18일 평양 남북 정상회담 배석자로 문재인 대통령이 선택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5일 평양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귓속말을 하는 모습. [사진 청와대]

청와대가 당초 밝혔던 이번 회담의 세 가지 주요 의제는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 군사적 긴장 완화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지난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때도 배석했던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나, 군사적 긴장완화를집중 논의할 수 있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 대신 정 실장을 배석자로 낙점한 것은 미국을 의식한 고심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 3월 문 대통령의 특별사절단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난 정 실장은 직후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북ㆍ미 정상회담 약속을 받아내며 평양과 워싱턴 사이 가교 역할을 했다. 북ㆍ미 비핵화 협상의 교착 상태를 풀기 위한 전령사 역할을 해온 정 실장을 옆에 앉힌 셈이다. 이번 평양 회담 후 바로 다음주에 예정된 한ㆍ미 정상회담도 고려한 선택이다. 문 대통령이 북ㆍ미 대화의 재개를 위해 귀중한 남북 첫날 회담을 활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무개차를 타고 18일 평양순안공항에서 백화원 초대소로 이동하며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무개차를 타고 18일 평양순안공항에서 백화원 초대소로 이동하며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이날 회담은 남북 양측이 배석자 수를 최소화한 게 됐다. 문 대통령이 지난 17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흉금을 터놓고 많은 대화를 나누겠다”고 밝힌 것처럼 양 정상 간 대화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2007년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 배석했던 김양건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 2015년 원인 불명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2007년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 배석했던 김양건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 2015년 원인 불명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여동생이자 비서실장 역할을 하는 김여정 제1부부장과, 지난 1월 이후 남북 및 북ㆍ미 관계의 대리인으로 삼아온 김영철 부장을 데리고 나왔다. 이들은 4ㆍ27 및 5ㆍ26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도 배석했다. 이로써 서훈 원장과 김영철 부장은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에서 열린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에 모두 배석한 기록을 남겼다.

세 차례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 모두 참석하는 기록을 갖게 된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 특보(오른쪽)가 18일 최태원 SK회장과 평양행 비행기 탑승을 위해 걸어가고 있다. [뉴스1]

세 차례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 모두 참석하는 기록을 갖게 된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 특보(오른쪽)가 18일 최태원 SK회장과 평양행 비행기 탑승을 위해 걸어가고 있다. [뉴스1]

이번엔 임동원 전 특보가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 자문단 일원으로 다시 방북해 북한을 찾게 됐다.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는 지난 2000년과 2007년 회담에도 특별수행원으로 참여해 세 차례의 평양 정상회담에 모두 참석한 이력을 갖게 됐다. 평양=공동취재단,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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