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18일 첫 평양 회담에는 남측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북측에선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김영철 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배석했다. 이날 남북 정상회담의 장소와 시간은 모두 회담 시작 전에 공개됐다. 회담 시작 시간인 오후 3시45분까지 공개되지 않은 건 남북 양측의 배석자 명단이다. 정의용 실장과 서훈 원장의 배석은 회담이 시작된 지 30분쯤 지난 4시18분에 공지됐다. 북측의 김여정 제1부부장과 김영철 통전부장 배석은 회담이 시작한 지 약 1시간 뒤에야 공개됐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회담 시작을 앞둔 오후 3시 브리핑에서 회담 장소를 공개하면서도 배석자에 대해선 “2~3명으로 예상되지만 정확히 어느 분일지는 좀 더 가봐야 알 것 같다”고 말을 흐렸다. 회담 직전까지 회담의 구체적 형식과 의제를 놓고 막판까지 줄다리기가 벌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정상회담의 배석자 숫자와 직책은 회담에서 다룰 의제가 무엇인지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당초 밝혔던 이번 회담의 세 가지 주요 의제는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 군사적 긴장 완화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지난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때도 배석했던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나, 군사적 긴장완화를집중 논의할 수 있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 대신 정 실장을 배석자로 낙점한 것은 미국을 의식한 고심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 3월 문 대통령의 특별사절단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난 정 실장은 직후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북ㆍ미 정상회담 약속을 받아내며 평양과 워싱턴 사이 가교 역할을 했다. 북ㆍ미 비핵화 협상의 교착 상태를 풀기 위한 전령사 역할을 해온 정 실장을 옆에 앉힌 셈이다. 이번 평양 회담 후 바로 다음주에 예정된 한ㆍ미 정상회담도 고려한 선택이다. 문 대통령이 북ㆍ미 대화의 재개를 위해 귀중한 남북 첫날 회담을 활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날 회담은 남북 양측이 배석자 수를 최소화한 게 됐다. 문 대통령이 지난 17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흉금을 터놓고 많은 대화를 나누겠다”고 밝힌 것처럼 양 정상 간 대화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여동생이자 비서실장 역할을 하는 김여정 제1부부장과, 지난 1월 이후 남북 및 북ㆍ미 관계의 대리인으로 삼아온 김영철 부장을 데리고 나왔다. 이들은 4ㆍ27 및 5ㆍ26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도 배석했다. 이로써 서훈 원장과 김영철 부장은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에서 열린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에 모두 배석한 기록을 남겼다.
이번엔 임동원 전 특보가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 자문단 일원으로 다시 방북해 북한을 찾게 됐다.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는 지난 2000년과 2007년 회담에도 특별수행원으로 참여해 세 차례의 평양 정상회담에 모두 참석한 이력을 갖게 됐다. 평양=공동취재단,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