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 흘리는 학생들…중국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코피 괴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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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 흘리는 중국 어린이들 [연합뉴스]

코피 흘리는 중국 어린이들 [연합뉴스]

중국 허베이(河北)성 한단(邯鄲)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최근 여러 학생이 이유 없이 코피를 흘리는 사건이 발생해 교육 당국이 조사에 들어갔다.

비슷한 사건은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의 학교에서도 발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 두 학교는 최근 운동장 조깅 트랙을 플라스틱으로 코팅하는 공사를 진행했다.

코피를 흘린 학생 대부분은 트랙 옆 1층 교실을 이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지난 2014년부터 2016년 중국 곳곳의 학교에서 발생한 '독성 트랙' 사건을 떠올리며 이번 사건 역시 '독성 화학물질'로 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이들 학교에서는 조깅 트랙 등을 설치했다가 학생들이 코피, 두통, 현기증 등을 호소해 조사에 나섰다.

학교 측은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혈액 검사를 했고, 그 결과 137명의 혈액에서 벤젠, 폼알데하이드 등의 독성 물질 수치가 매우 높게 나왔다.

조사 결과 학교 트랙 설치 때 사용된 물질에 독성 화학물질이 함유돼 있었다.

공사를 맡은 회사는 무허가 제조업체로, 폐타이어와 폐케이블, 산업폐기물 등을 섞어 트랙을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중국 교육 당국은 학교 조깅 트랙 제조에 쓰여서는 안 되는 화학물질 목록을 대폭 늘린 규정을 만들어 올해 11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또다시 비슷한 일이 발생하며 비난의 목소리는 더 커졌다.

소비자 보호단체를 이끄는 웨이원펑은 "기업들은 이 목록에 포함되지 않지만 해롭기는 마찬가지인 새 물질을 찾아내 조깅 트랙 제조 등에 쓸 수 있다"며 "당국은 금지물질 목록이 아니라 트랙 제조에 쓰일 수 있는 '허용 물질 목록'을 만들어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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