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춤을 추고도 각설이를 만나면 흥겨워 들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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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정하임의 콜라텍 사용설명서(18)

나는 ‘콜라텍 코치’ ‘콜라텍 전문가’라는 직업을 만들었다. 우리나라 어디서도 콜라텍 전문가라는 사람은 없다. 내가 대한민국 제1호 콜라텍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노인 여가문화에 관심을 갖고 콜라텍을 연구하다 보니 나에게 콜라텍이란 신세계다. 콜라텍은 앞으로 고령화 시대에 신중년의 행복한 놀이터요, 신중년 놀이학교다.

일단 사람들은 자신의 정서와 취향에 맞는 취미생활을 한다. 콜라텍 코치인 내가 춤이 노년기에 가장 적당한 운동이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내가 싫으면 하지 않게 되고 부정적인 견해를 갖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우선 내 취미와 정서에 맞아야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춤을 추기 싫은 이유가 다른 남자 혹 다른 여자와 밀착하는 게 싫어서, 즉 스킨십을 하게 되는 게 싫다고 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오히려 사람 냄새가 좋아서 춤이 좋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모두 자신의 취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남녀가 스킨십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콜라텍에서 다른 사람의 체취를 느끼고 싶어서 오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정서와 취향에 맞는 취미생활을 한다. 나는 춤을 취미로 가진 사람은 '끼'가 있다고 본다. [중앙포토]

사람들은 자신의 정서와 취향에 맞는 취미생활을 한다. 나는 춤을 취미로 가진 사람은 '끼'가 있다고 본다. [중앙포토]

그런데 나는 춤을 취미로 가진 사람은 일단 ‘끼’가 있다고 본다. 우리가 보통 끼라고 하면 자질과 재능이 보이고 유흥이나 이성에도 관심이 있는 사람을 지칭한다.

콜라텍에 다녀보면 정말 넘치는 끼와 흥을 주체할 수 없는 사람을 보게 된다. 70대인데도 몸놀림이 젊은이처럼 유연하고 잘 흔드는 사람, 다양한 음악이 나오면 음악에 맞춰 몸으로 표현하는 사람, 박자와 리듬을 아주 정확하게 타는 사람, 주변에 이성이 없으면 심심해서 못 견디는 사람 등 끼 있는 사람을 보게 된다.

콜라텍은 주인이 손님 준비를 위해 아침 일찍 문을 열면 손님은 11시쯤부터 입장하게 되고 본격적인 입장은 12시쯤부터 시작된다. 콜라텍 피크는 오후 2시쯤인데 왜냐하면 그 시간쯤 연주자가 연주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콜라텍은 2시가 정점으로, 이때엔 손님으로 가득 차 있다.

2시부터 본격적인 춤을 추기 시작해 오후 6시쯤 연주가 끝나면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는 사람은 집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일부 끼 있는 사람은 집에 가기가 아쉬워 콜라텍에 남아 시간을 죽이게 된다. 늦게까지 있는 사람은 저녁 9시까지도 집에 가지 않는다. 어떤 신중년은 온종일 콜라텍에서 실컷 춤추고 귀가하다 콜라텍 문 앞에서 각설이 엿장수를 만나면 그냥 집으로 가지 못하고 또 놀고 간다.

한 번은 한 팀 5명이 춤을 다 추고 집으로 가던 중 콜라텍 문 앞에서 각설이를 만나자 춤을 추며 합류했다. 이 5명은 이미 콜라텍에서 춤을 기분 좋게 추고 집으로 가던 중 아직 에너지를 다 소모하지 못했기에 남은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고 각설이와 같이 뒤풀이하면서 노는 것이었는데 처음 봤을 때는 솔직히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다.

각설이 역시 반갑다고 신나는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5명은 각설이의 신명 나는 가위 두드리는 소리에 박자를 맞추고 노랫소리에 맞춰 지르박을 구성지게 췄다. 가만히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참 끼가 넘치는 신중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넘치는 끼를 다 발산하지 못해 저렇게 신나도록 춤을 추다니….

콜라텍에서 춤을 다 추고 집으로 가던 중 각설이 엿장수를 만나 함께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 지나가던 한 사람이 멈춰 구경하자 금세 구경꾼으로 인산인해가 됐다. 나는 가만히 이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들 모두 끼가 넘치는 신중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정하임]

콜라텍에서 춤을 다 추고 집으로 가던 중 각설이 엿장수를 만나 함께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 지나가던 한 사람이 멈춰 구경하자 금세 구경꾼으로 인산인해가 됐다. 나는 가만히 이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들 모두 끼가 넘치는 신중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정하임]

지나가던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금세 구경꾼으로 콜라텍 앞은 인산인해가 됐다. 우리나라 국민처럼 흥이 많고 신명이 좋은 감성적인 민족도 없다. 한국인은 마음이 맞으면 처음 본 사람과도 쉽게 어울리고 쉽게 공감한다. 다른 사람의 입장을 잘 헤아려 주고 이해해 주는 마음씨 또한 고운 민족이다.

즐거운 모습을 보면 함께 즐거워하고 슬픈 장면을 보면 금세 눈시울이 붉어지는 감성이 풍부한 민족이다. 살다 보면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내 아픔처럼 가슴 아파하는 심성이 착한 민족이란 걸 알게 된다.

콜라텍을 다녀 보면 이렇게 신명 좋고 감성이 여린 민족인데 뉴스에서 나오는 젊은이들의 무시무시한 범행은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가 됐다. 우리 세대는 예전엔 혼자 목욕탕에 가면 서로 등을 밀어주면서 처음 본 사람과도 가정사 이야기를 하며 공감하던 세대다. 하지만 지금은 등을 밀어달라고 하지도 않지만 만약 등을 밀어달라고 얘기라도 한다면 젊은이들은 기겁한다. 어떻게 다른 사람의 더러운 때를 만질 수 있냐고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라고 거절한다.

우리 민족성 중 아름다운 부분은 후대에도 길이길이 이어지길 바라본다. 인정 많고 흥 많은 풍부한 감성의 소유자인 우리 민족의 아름다운 순수성이 영원하기를 빌어본다.

정하임 콜라텍 코치 chi99099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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